지난해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80여일간 결사적 투쟁을 벌이다 생포된 우크라이나군 지휘관들이 8일(현지시간) 살아서 조국 땅을 밟았다. 러시아 측은 종전 시까지 귀국하지 않고 튀르키예에 머문다는 조건으로 포로 석방에 응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튀르키예 순방을 마친 뒤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마리우폴 주둔군 지휘관 5명과 함께 촬영한 사진을 텔레그램에 게시했다. 그는 “우리 영웅들을 튀르키예에서 집으로 데려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항전한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는 우크라이나 ‘저항 정신’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러시아군은 개전 초기인 지난해 2월 말부터 남동부 요충지인 마리우폴을 점령하기 위해 포위 공격을 감행했다.
도시와 산업 시설 대부분이 파괴됐지만 지휘관 5명이 이끄는 우크라이나 병사들은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최후의 저지선으로 삼고 저항을 이어갔다. 러시아군은 3개월 가까이 교전을 벌인 끝에 그해 5월이 돼서야 항복을 받아냈다.
도시는 빼앗겼지만 아조우스탈 제철소의 결사 항전 덕에 우크라이나군은 방어선을 구축할 시간을 확보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는 포로교환 협상에 나섰고 러시아는 지난해 9월 튀르키예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재로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생포한 우크라이나군 일부를 석방했다. 다만 지휘관들은 종전 때까지 튀르키예에 머무른다는 전제를 달았다.
러시아 측은 이를 근거로 주둔군 지휘관들의 귀국이 협상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합의에 따르면 지휘관들은 전쟁이 종식될 때까지 튀르키예에 남았어야 했다”며 “우크라이나와 튀르키예 모두 협상 조건을 위반한 것”이라고 자국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 도착한 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에게 지휘관들의 석방을 도와준 데 대한 감사를 표했다. 그는 “아직 귀국하지 못하고 남은 포로들도 전원 데려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