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체첸 자치공화국에서 인권 문제를 취재해 온 러시아 독립언론 기자가 무장 괴한들에게 폭행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독립 언론 ‘노바야 가제타’ 소속 기자 옐레나 밀라시나(45)는 전날 변호사 알렉산더 네모프와 체첸 수도 그로즈니에서 차로 이동하던 중 복면을 쓴 괴한들에게 구타를 당했다.
체첸의 인권 단체 ‘메모리얼’에 따르면 당시 3대의 차량이 밀라시나 일행의 차량을 가로막은 뒤 10여명이 이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괴한들은 밀라시나와 변호사에게 고개를 숙이라고 한 뒤 무릎을 꿇리고 머리에 총을 겨누며 위협했다. 괴한들은 파이프로 두 사람을 때리고 휴대전화를 빼앗았으며 각종 서류와 장비도 파손했다. 휴대전화를 빼앗고선 비밀번호를 말하지 않으면 손가락을 자르겠다고 위협했다. 또 밀라시나의 머리카락을 밀고 녹색 요오드 용액을 들이붓기도 했다.
과거 러시아 야권 운동가인 알렉세이 나발니도 같은 물질로 공격을 받은 바 있다. 무차별 폭행을 당한 밀라시나는 손가락에 골절상을 입고 의식을 잃었다고 한다. 네모프는 다리를 칼에 찔려 크게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권 단체는 텔레그램에 올린 성명에서 “괴한들은 밀리시나에게 ‘여기서 나가서 아무 것도 쓰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밀라시나는 경찰 폭행 및 사기 혐의를 받는 자레마 무사예바의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이었다. 그는 무사예바가 체첸 지도자 람잔 카디로프를 비난하고 해외로 떠난 그의 가족 때문에 보복 기소를 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밀라시나는 수년간 체첸 내 여러 인권 침해에 대해 취재해 오면서 이전에도 여러 차례 위협을 받았다. 2020년에는 카디로프 지도자로부터 테러리스트라는 비난을 받은 뒤 체첸에서 폭행당한 적도 있었다. 지난해에는 일시적으로 러시아를 떠나 있었다.
이번 사건의 배후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밀라시나는 “당시 괴한들이 함께 있던 변호사 네모프에게 ‘당신은 여기서 너무 많은 사람을 변호한다. 누구도 변호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사건에 대해 보고 받았다”며 “매우 심각한 공격이고 과감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