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일부 극성 지지자들이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해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SNS에 ‘악플 테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6일 온라인에 따르면 그로시 총장의 트위터 계정에는 한글로 작성된 악성 댓글이 다수 올라 있다. “인류 역사에 기록될 쓰레기” “당신 100만 유로 받았나” “인류애가 있다면 이런 짓 못하지. 벌 받을 거야” “당신은 악마 대장이다” “국제 사기꾼” 등이다. “XXXX야! 뇌물 받아먹고 인류를 팔지 마라. XXX야” 등 욕설이 담긴 댓글도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진을 프로필로 등록해 놓은 한 네티즌은 “대대손손 욕 처먹을 짓 하고 좋냐”고 적었다. “100만 유로가 넘는 뇌물을 받고 인류를 팔아넘긴 당신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대한민국은 너를 잊지 않고 지옥의 끝을 찾아가 가장 뜨거운 곳에서 방사능으로 벌할 것이다” “양심을 죽이기 위해 일본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받았나”라며 영어로 항의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 같은 악플 테러의 진원지는 이재명 대표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대표의 지지자 ‘개딸’들은 IAEA 최종 보고서가 나오기 전부터 그로시 총장 메일 주소를 공유하며 ‘뇌물 받은 사무총장에게 항의메일 보내기’ 운동을 벌여 왔다. IAEA 결론이 나온 지난 4일에는 ‘그로시 찾아가서 한마디 하자’며 그로시 총장 트위터 접속 방법을 공유하는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IAEA의 종합 보고서에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평가가 담겼다. 그로시 총장은 5일 후쿠시마 어민과 원전 주변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상대로 열린 오염수 대책 행사에 참석해 “처리수의 마지막 한 방울이 안전하게 방류될 때까지 IAEA는 후쿠시마에 머물 것”이라며 “20년 후, 30년 후에도 계획대로 되는지 확인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IAEA 보고서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대책위원회는 이날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입장과 상상만을 받아 쓴 깡통 보고서”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도 “검증조차 안 된 결과에 우리 영해와 생명을 통째로 맡길 셈이냐”며 “IAEA 결과만 들이밀면서 바다에 내다 버리겠다는 일본 정부의 결정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은 야당과 지지자들의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신주호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개딸이라 불리는 민주당 극렬 지지층이 그로시 총장 트위터에 몰려가 원색적인 욕설과 비난이 섞인 악성 댓글을 달고 있다”며 “민주당의 국제기구 불신과 극단적 지지층의 댓글 테러가 일사불란하게 이뤄지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어 “자신들의 정략적 목적과 궤를 달리하면 과학과 이성조차 부정하고 공격하는 민주당의 모습은 부끄러운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며 “‘과학’의 영역에서조차 ‘내가 하면 옳고 상대가 하면 틀리다’는 식의 내로남불 행태가 개탄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는 오로지 정쟁을 일삼으며 상대를 배척해 정치적 이득을 얻겠다는 갈라치기 유전자만이 존재할 뿐”이라며 “대한민국 제1야당은 국제적 망신거리가 되고 있다. 이성을 되찾고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한 대책 마련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누가 보더라도 IAEA는 일본과 사실상 함께 원전 오염수를 해양 투기하려고 공동작업한 기구라는 추론이 나온다’는 취지의 김회재 민주당 의원의 질의를 받고 “IAEA가 일본과 결탁했다는 주장은 믿기 어렵다. IAEA도 국제적인 공신력이 있고, 수많은 전문가가 참여하는 국제기구이기 때문에 공신력 있게 행동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