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호소에 달려간 이천수…과거 몰카범도 잡았다

입력 2023-07-06 05:16 수정 2023-07-06 09:43
지난 4일 밤 서울 올림픽대로에서 음주운전 뺑소니범을 쫓아가 경찰에 넘긴 뒤 돌아오는 이천수. KBS 보도화면 캡처

전직 국가대표 축구선수 이천수(42)가 한밤중 올림픽대로를 달려 음주사고 뺑소니범을 붙잡아 박수를 받고 있는 가운데 그가 과거에도 여자화장실 몰카범을 잡은 적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천수의 아내 심하은씨는 5일 인스타그램에 “사실 몇 년 전에 여자화장실 몰카범이 차를 타고 도주하는데 (남편이) 뛰어가서 잡았다”며 “그때는 자녀가 어려서 혹여 무슨 일이 생길까 무서워서 쉬쉬했는데 지금 한번 쓰윽 이야기해본다”고 전했다. 이어 “칭찬해 이천수! 남편 자랑 맞다”고 덧붙였다.

지난 4일 밤 서울 올림픽대로에서 음주운전 뺑소니범을 추격하는 이천수. KBS 보도화면 캡처

앞서 이천수와 그의 매니저는 전날 오후 10시50분쯤 서울 동작역 부근 올림픽대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택시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하던 40대 남성 운전자 A씨를 붙잡아 경찰에 넘겼다.

당시 매니저가 운전하던 차량을 타고 있던 이천수는 정체 중인 올림픽대로에서 “저 사람 좀 잡아 달라”며 음주 운전자를 뒤쫓아 뛰는 노령의 택시 기사를 목격했다. 택시 기사의 다급한 요청을 들은 이천수는 곧장 갓길에 정차한 뒤 내려 뛰어갔고 매니저도 뒤따랐다. 두 사람은 비 내리는 컴컴한 차로 약 1㎞를 달려 5분여 만에 음주 운전자를 붙잡았다.

지난 4일 밤 서울 올림픽대로에서 음주운전 뺑소니범을 추격하는 이천수. KBS 보도화면 캡처

이천수는 “‘좀 잡아주세요, 도와달라’는 (택시 기사의) 목소리를 듣고 도와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옆 가드레일 뒤는 바로 절벽이었는데 저도 지금 생각하면 갑자기 발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신기할 정도다. 나이 드신 분이 간절하게 얘기하시는 상황이어서 뛰어갈 때는 ‘무조건 잡아야겠다’는 생각만 가졌던 것 같다”고 KBS에 말했다.

이천수는 소속사를 통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 그 상황에선 누구든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라며 “마치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알려져 쑥스럽다”는 입장도 밝혔다.

당시 음주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기준인 0.08% 이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등의 혐의로 운전자를 입건하고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