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출산 대책으로 증여세 공제 한도 상향을 검토 중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결혼자금을 증여하는 때에만 공제 한도를 높이는 것이다. 비용 부담으로 결혼을 기피하는 청년층을 고려한 정책이지만, 결혼자금을 판별하기 어려워 자칫 탈세 방안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부모·조부모 등 직계존속은 자녀·손주 등 직계비속에 10년간 최대 5000만원(성인 자녀 기준)까지 비과세 증여가 가능하다. 이를 초과할 경우, 증여 금액에 따라 최소 10%·최대 50%의 세율이 적용된다. 결혼을 앞둔 성인 남녀가 양가로부터 결혼자금을 지원받는 경우, 최대 1억원까지 세금을 내지 않고 증여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기준은 2014년 마련된 후 10년째 유지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상승한 물가와 부동산 가격을 고려해 공제 한도를 상향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정부도 이를 고려해 공제 한도 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상향 한도는 부동산 가격 등을 고려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1인당 공제 한도를 10년간 1억5000만원까지 상향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신혼부부가 양가에서 최대로 지원을 받으면 3억원까지 비과세 증여가 가능하다. 이는 국세청의 자금 출처 조사 등 현실적 부분까지 고려한 수준이다. 국세청은 2억~3억원 수준의 자금은 출처 조사를 거의 하지 않는다.
문제는 자녀가 부모로부터 받은 재산 중 ‘결혼자금’을 구분하는 방안이다. 증여세는 재산을 증여받은 사람이 신고하면, 납세의무가 발생한다. 하지만 어떤 목적으로 증여를 받았는지는 구분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결혼자금을 위한 증여인지, 단순 증여인지 구분이 어렵다. 탈세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부는 일단 결혼과 가까운 시기에 발생하는 금전 거래에 주목할 예정이다. 다만 일정 금액 이상일 경우 결혼자금으로 볼지, 혼인신고 전후 일정 기간에 발생한 거래를 결혼자금으로 판단할지 등 구체적 기준은 논의 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납세자도 결혼자금이라는 걸 증빙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전문가 의견과 여론 등을 수렴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역별 형평성 또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서울 평균 전셋값은 6억원 수준이다. 반면 비수도권은 1~2억원이면 전세로 아파트를 구할 수 있다. 공제 한도를 상향하면 혜택이 수도권 거주 신혼부부에게만 집중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부모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없는 ‘흙수저’ 청년의 상대적 박탈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