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산정지구 택지개발을 둘러싼 마찰이 격화되고 있다. 광주시가 국토교통부에 반기를 든 데 이어 시민단체가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광주시정을 줄곧 비판해온 시민단체가 광주시와 모처럼 의기투합해 중앙 정부의 정책에 일제히 반대하는 모양새다.
광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5일 “국토교통부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중도위)는 광주 산정동과 장수동 일원의 공공 주택지구 지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광주경실련은 전날 성명서에서 “정부와 LH의 대규모 택지개발은 공급과잉 현상을 보이는 광주 주택정책에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라며 “광주지역은 주택수요가 폭증하지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광주시와 강기정 광주시장에게 “산정지구 개발 후속 절차에 국토부와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끝까지 견지해달라”고 촉구했다. 광주시정에 매서운 ‘회초리’를 들어온 시민단체가 이례적으로 시를 두둔하고 나선 셈이다.
광주 경실련은 아파트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광주 외곽에 1만 세대가 넘는 아파트 단지를 또 건설하면 도로개설 등 사회기반시설 구축에 천문학적 예산이 들고 공동화 현상이 심각한 구도심 활성화에도 걸림돌이 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외곽 확산을 제한하고 낙후된 도심 재생에 중점을 둔 광주시 도시기본계획으로 볼 때 외곽 녹지인 산정지구 개발은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시는 그동안 산정지구 택지 개발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국토부에 수차례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인구감소 추세 속에 주택 공급과잉과 함께 개발이익 환수방안이 불투명하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국토부 중도위는 시의 거듭된 반대의견에도 산정지구에 1만3000세대의 공공 주택지구를 조성하기로 확정했다. 지난해 10월 심의 유보를 내렸던 중도위가 지난달 말 ‘광주시와 지속 협의’, ‘지구계획 승인 전 보고’ 등 4가지 조건부 가결로 돌아섰다.
광주글로벌모터스 등 광주형 일자리 주거 지원을 위해 산정지구 택지개발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국토부가 택지개발을 강행하자 광주시는 “2030년 12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택 보급률과 주택수급 여건 등을 감안해야 한다”며 앞으로 산정지구 개발 관련 후속절차에 일절 협조하지 않겠다고 맞선 상황이다.
지자체와 시민단체의 반대 속에 산정지구 주민들도 택지개발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산정 공공주택지구 주민대책위는 “500년간 이어져 온 전통 자연마을을 공공주택지구 예정지로 선정한 것부터 어불성설”이라며 단체행동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산정 공공 주택지구 개발은 LH가 2030년까지 산정동·장수동 일원 168만㎡에 공동주택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국토교통부가 전국에 83만 호 주택공급을 하기 위해 민선 7기 광주시와 협의를 거쳐 택지 개발을 하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지속해서 반대의견을 냈지만, 국토부가 끝내 받아주지 않았고 행정절차가 구체화됐다”며 “앞으로 광주시는 산정지구 개발과 관련한 후속 절차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