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가 동아프리카공동체(EAC) 리더인 케냐의 ‘2030 부산 엑스포’ 지지를 이끌어내며 민간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케냐를 방문 중인 이 목사는 4일(현지시간)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동아프리카의 리더인 케냐가 2030 부산 엑스포를 지지해 대한민국에 힘을 실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루토 대통령은 “내 마음은 이미 대한민국을 지지하기로 결정했다”면서 “관계 국가에도 2030 부산엑스포를 잘 알리겠다”고 화답했다. 케냐는 에티오피아, 우간다, 탄자니아, 르완다, 브룬디, 남수단, 콩고민주공화국이 가입한 동아프리카공동체(EAC)의 중심국가로 2024년 단일화폐 출범 등 역내 경제통합을 도모하고 있다. 케냐의 수출과 수입은 EAC 전체 교역액의 38%와 45%를 차지하고 있다.
이 목사는 루토 대통령에게 한국의 도자기를 선물했으며 루토 대통령은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 목사는 1993년 조용기 목사가 인도한 케냐 대성회에 당시 모이 대통령이 내각을 이끌고 참석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30년만에 5일부터 8일까지 나이로비 자카란다 광장에서 개최되는 케냐 대성회에 루토 대통령을 초청했다.
서민 출신인 루토 대통령은 우후루 케냐타 전 대통령이 친중국 정책을 편 것에 대해 중국의 부조리함을 이유로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한국과의 교류·협력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루토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치러진 대선에서 당선된 뒤 3개월 만에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케냐 최초의 복음주의 출신 대통령인 루토 대통령은 자신의 신앙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그는 성경을 인용하거나 기도하고 나이로비의 카렌 교외 거주지에 예배당을 짓기도 했다. 레이첼 루토 영부인도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루토 대통령은 기도모임을 자주 여는 아내의 영적 개입이 여러 차례 자신의 정치적 성공에 기여했다고 했다.
이 목사는 한국에 관심이 많은 레이첼 루토 영부인에게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레이첼 영부인이 흔쾌히 수락해 조만간 방한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레이첼 영부인은 ‘마마 두잉 굿(Mama Doing Good)’ 등 자선사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첼 영부인은 “어려운 이들을 돕는 일에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물질적인 지원보다 교육을 통해 스스로 자립하도록 돕고 싶다. 한국과 협력하면 좋겠다. 파트너십을 기다린다”고 말했다고 접견에 배석한 이한용 케냐 선교사가 전했다.
이 목사는 이날 ‘아프리카 벚꽃’으로 불리는 자카란다(Jakaranda)의 색깔인 보라색 넥타이를 매고 대통령궁을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이 목사는 마지막으로 케냐와 루토 대통령을 위한 축복기도로 접견을 마쳤다.
나이로비(케냐)=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