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금융그룹 계열사 미래에셋벤처투자·캐피탈이 대체불가토큰(NFT) 기업 메타콩즈의 대주주로부터 과도하게 높은 가격에 지분을 사들였다는 의혹(국민일보 6월 23일자 17면 참고)이 제기된 가운데 투자사가 관련 사실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막으려 한 정황이 파악됐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지난해 7월 당시 메타콩즈 경영진(이하 전 경영진)에게 이 내용이 외부에 공개돼 파장이 커질 경우 미래에셋벤처투자뿐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법적 대응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 배임 혐의까지 번질 수도 있는 사안을 숨기려 압력을 행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타콩즈 전 경영진은 지난해 7월 대주주인 멋쟁이사자처럼(멋사)의 이두희 대표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해 ‘대주주이자 사실상 공동경영주로서 책임을 이행하고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할 것’을 요청했다. 당시 전 경영진과 멋사는 경영권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전 경영진은 내용증명을 통해 이 대표에게 여러 경영 실책이 있음을 주장한 것이다.
여기엔 미래에셋 계열사의 메타콩즈 지분 거래 사실도 언급됐다. 두 투자사가 전 경영진과 주주들을 배제하고 대주주인 멋사에게만 고가로 지분을 사들이면서 멋사가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지난해 5월 16~19일 두 투자사는 펀드를 통해 멋사가 가진 지분 3%를 주당 50만원에 매입했다. 총 매매대금은 30억원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같은 시기 개인주주 박모씨의 지분 2%를 사들이면서 책정한 주당 가격은 25만원이었다. 멋사는 박씨보다 배나 높은 가격을 받고 주식을 판 셈이다.
비상장주식 거래 시 경영권 프리미엄 등 이유로 대주주와 개인주주 간 차별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통상 그 차이는 20~30% 정도다. 이에 투자업계에서도 과도한 차별 거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내용증명 수신인은 아니었지만 해당 내용이 포함된 사실을 접한 후 메타콩즈 전 경영진을 압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래에셋 측은 메타콩즈 전 경영진과의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내용증명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질 경우 미래에셋 전체 그룹의 법무, 감사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다”고 전달했다.
이는 펀드 투자자들의 반발을 살 수 있는 사실을 숨기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주식 매매 계약이 이뤄진 지난해 5월 중순은 테라·루나 사태 여파로 인해 가상자산 및 NFT 시장이 위축된 시기였다. 금융권에선 당시 메타콩즈가 경영난을 겪고 있었다는 점에 비춰 기업가치가 ‘뻥튀기’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만약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적정 가치보다 과도하게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들이는 손해를 감수하면서 멋사 측에 이익을 챙겨주려 했을 경우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중립적인 투자자로서 투자사명 언급 자체를 피하기 위해 원론적으로 대응했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벤처투자 관계자는 “신구 경영진 분쟁과 무관한 투자자의 지위에서 미래에셋벤처투자가 언급되지 않도록 한 조치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