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난조 속에 9위로 추락한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결단을 내렸다. 약점 극복에 끝내 실패한 외국인 투수 아도니스 메디나를 방출하고 대체자 영입 초읽기에 들어갔다. 교체 외인의 대활약으로 쏠쏠한 재미를 본 다른 구단의 전례를 따를지 주목된다.
KIA는 4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메디나의 웨이버 공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조만간 대체 외국인을 선정할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메디나는 시즌 내내 KIA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준수한 구속과 구위로 기대를 모았지만 막상 시즌에 접어들자 한국 리그에 적응하지 못했다. 1선발 숀 앤더슨도 기대에 못 미쳤지만 메디나는 2승 6패 6.05로 한술 더 떴다. 공 자체는 나쁘지 않다는 게 중론이었지만 느린 투구 동작 탓에 주자만 나가면 흔들리다 대량 실점하는 게 패턴으로 굳어졌다.
외국인 2선발의 부진은 곧 KIA 불펜의 연쇄 부하로 이어졌다. 올 시즌 12차례 등판 중 6이닝 이상 소화한 적은 4번뿐이었다. 로테이션상 메디나와 붙어 나오던 이의리 역시 이닝을 길게 끌어주는 편이 아니었기에 계투진 부담은 배가됐다.
처음엔 기다림을 택했던 KIA도 지난달 들어 생각이 달라졌다. 그나마 중심을 잡아주던 양현종마저 맞아 나가면서 믿고 맡길 선발투수가 사라졌다. 실제 KIA 선발진의 6월 평균자책점은 6.19로 10개 구단 중 압도적 꼴찌였다. 현장에서도 메디나를 이른 타이밍에 강판시키며 불신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달 21일 한화 이글스전 2이닝 2피안타 3볼넷 3자책점이 그의 한국 무대 마지막 등판이었다.
메디나의 대체자로는 올해 대만프로야구 퉁이 라이온즈에서 뛴 마리오 산체스가 유력하다. 여러 정황을 종합할 때 최종 발표만 나지 않았을 뿐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베네수엘라 국적의 우완 정통파 투수인 산체스는 2012년 워싱턴 내셔널스 산하에서 마이너리그 생활을 시작했다. 2022년 트리플 A에서 91⅓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4.24를 거두고 고국 겨울 리그에서 뛰다 대만행을 택했다. 올해 대만 리그에선 62⅔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1.44로 압도적인 에이스 역할을 수행했다.
올 시즌 리그 도중에 합류한 대체 외국인 투수들은 전반적으로 준수한 활약을 보이고 있다. KT 위즈 윌리엄 쿠에바스는 3경기 1승 무패 평균자책점 3.24로 순항 중이다. 두산 베어스 브랜든 와델과 키움 히어로즈 이안 맥키니는 2경기에서 각각 1점, 2점만 내주며 순탄하게 첫발을 디뎠다.
가장 두드러지는 모범 사례는 한화 이글스 리카르도 산체스다. 9경기 5승에 아직 패배는 없고 평균자책점이 1.48로 압도적이다. 한국 데뷔 이후 한 번도 4점 이상 내준 적이 없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한화는 중위권 싸움 참전을 선언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