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약 1500년 전 어린 영혼과 함께 땅에 묻힌 비단벌레 장식을 분석·연구한 결과,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한 죽제(竹製) 직물 말다래의 일부로 확인됐다고 4일 밝혔다.
말다래는 말을 탄 사람의 다리에 흙이 튀지 않도록 안장 아래에 늘어뜨리는 판을 뜻한다. 조사 결과, 쪽샘 44호 무덤 속 말다래는 대나무 살을 엮어 가로 80㎝, 세로 50㎝ 크기의 바탕 틀을 만든 뒤 직물을 여러 겹 덧댄 것으로 파악된다. 그 위에는 비단벌레 딱지날개로 만든 꽃잎 모양 장식을 올렸는데, 동그란 장식을 가운데 두고 위아래 좌우에 비단벌레 장식 4점을 더한 식이다. 둘레를 장식하는 금동 판을 올릴 때는 못이 아니라 실로 고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소는 전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비단벌레 장식이 출토된 위치, 개수, 당시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분석한 결과"라며 "이는 새로운 형태의 신라 말다래"라고 설명했다. 이어 "말다래 하나당 꽃잎 장식 50개가 부착됐으니 비단벌레 약 200마리가 쓰인 셈"이라며 "당시 찬란했던 신라 공예 기술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쪽샘 44호 무덤의 주인은 5세기 후반 당시 최상위 계층이었던 왕족 여성으로 추정됐다. 연구소는 "착장한 장신구와 유물 분석 등을 통해 무덤 주인공은 키가 130㎝ 내외, 나이는 10세 전후의 신라 왕실 여성, 공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