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역할 변화 예고에…기독교계 “대북 대화·교류도 중시해야”

입력 2023-07-04 12:20 수정 2023-07-04 16:34
출처=국민일보DB

통일부 역할 변화가 최근 예고된 가운데 대북 정책 방향에 있어 ‘한반도 번영과 북한 인권’뿐 아니라 ‘대북 교류·협력’도 균형 있게 추구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정권과 상관없이 그간 이어온 교류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통일·북한 분야 기독 전문가들은 지난 1일 “그동안 통일부는 대북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했다. 이제는 달라질 때가 됐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취지엔 공감하나 기존 대화·교류 방향도 유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허문영 평화한국 상임대표는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의 의도는 이해한다. 통일 정책이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서 한 단계 더 나간다는 개념에선 긍정적”이라고 했다. 다만 “북한 인권과 대북 교류는 ‘이더 오어’(either-or·양자택일) 관점이 아닌 둘 다 취하는 ‘보스 앤드’(both and)로 봐야 한다”며 “이전 방향이 틀렸다며 남북 교류·협력은 안 한 채 북한 정세 연구와 인권 개선만 힘쓴다면 통일 정책의 발전이 아닌 퇴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유관지 북녘교회연구원장 역시 “북한과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이라도 물밑으론 대화 통로를 유지해야 한다. 남북 관계는 언제 변화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교회로 보면 조선그리스도교연맹과의 채널도 끊기고 탈북민이 전해오던 지하교회 소식도 거의 들리지 않는 상태”라며 “북한과의 대화 통로 자체를 봉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

출처=국민일보DB

‘진보 정권은 대북 교류·협력, 보수 정권은 북한 인권’이란 이념 편향적 고정관념에 벗어나 균형 잡힌 정책을 추구할 때라는 조언도 나왔다. 기독교통일포럼 상임대표인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통일관과 북한 인권을 중시하는 정책 방향 변화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추진할지에 대한 논의보단 이념 논쟁으로 끌고 가는 현 형국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목표와 전략이 구체화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 방향이 정치적 담론에 빠지는 상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또 “북한을 변화시키는 인권 정책과 교류·협력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꾀하는 정책을 병행하는 것이 학계 전반이 제시하는 해답”이라며 “두 가지 다 소홀해선 안 된다는 학계 의견을 존중해 실용적 정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하광민 총신대 평화통일개발대학원 교수 역시 “통일 이후를 고려한 중장기적 관점을 제시한 데 의미가 있지만 그간 집중해온 대북 협력·교류 노력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대북 정책 변화로 향후 통일 교육 방향도 이전보다 북한 인권 강조에 무게추가 실릴 것으로 전망했다. 하 교수는 “한반도 평화와 복음 통일을 위해 오랫동안 기도해온 한국교회는 북한 주민의 인권과 자유 보장을 위해 기도하는 동시에 이들을 실제로 돕기 위해 대화의 끈이 계속 이어지도록 간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