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개봉을 앞둔 할리우드 영화 ‘바비’의 상영을 돌연 금지했다. 영화에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주장하는 일방적 해안경계선인 ‘구단선’이 등장했다는 이유에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베트남 당국은 3일(현지시간) 오는 21일 개봉 예정이었던 그레타 거윅 감독의 영화 바비에 대한 상영을 허가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외 영화의 라이센스와 검열을 담당하는 비 끼엔 타인 영화 담당 국장은 “영화 심의위원회가 영화 ‘바비’를 검토한 결과 구단선에 대한 위반으로 베트남에서 이 영화의 상영을 금지한다”고 말했다.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인 베트남과 필리핀 브루나이 말레이시아는 남중국해 영유권을 두고 중국과 갈등을 벌이고 있다. 중국이 사실상 해양경계선으로 간주하는 남중국해 내 구단선 내에는 남중국해의 약 90%가 포함된다. 2016년 국제상설재판소는 이런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중국은 이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베트남이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 문제로 영화 상영을 금지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3월 톰 홀랜드가 주연으로 등장한 ‘언차티드’를 금지했고 2019년 10월엔 개봉 10일 만에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어바머너블(Abominable)’ 상영을 중지했다. 2021년 7월 넷플릭스 드라마 ‘파인갭’도 베트남의 항의로 서비스를 중단했다.
2018년 로맨틱 코미디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서는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섬들이 표시된 세계 지도가 그려진 디자이너 가방이 삭제됐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