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괴를 밀수하다 천문학적 벌금형을 선고받은 조직 총책들이 형량 산정 근거가 된 조항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냈으나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윤모씨 등 3명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6조 3항 등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지난달 29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이들은 2015년 7월부터 1년 6개월간 수백 회에 걸쳐 1㎏ 금괴 4만여 개를 밀반출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관세법 위반 등)로 기소됐다. 홍콩에서 사들인 금괴를 국내 공항 환승 구역에 반입한 후 일본으로 반출한 혐의다.
윤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4년과 벌금 6669억원, 양모씨는 징역 1년 4개월과 벌금 6623억원, 김모씨는 징역 1년6개월과 벌금 5914억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들에게 공동으로 약 2조원의 추징 명령도 내렸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 6조 6항은 신고 없이 반출한 물품의 원가가 5억원 이상일 경우 물품 원가만큼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한다.
이들은 법원에 “해당 조항이 책임과 형벌이 비례하도록 정한 헌법 원칙을 어겼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이어 2020년 3월 헌법소원 심판을 냈다.
헌재는 그러나 해당 조항은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대규모 밀반송범의 경우 막대한 범죄수익 창출을 위해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범죄일 가능성이 크다”며 “범죄 수사와 처벌이 힘든 특성을 고려할 때 경제적 불이익을 가해 경제적 동기에 의한 대규모 밀반송 범죄를 예방·엄단할 필요가 크다”고 밝혔다.
헌재는 “물품 원가 상당 벌금을 필요적으로 병과하도록 한 입법자의 결단이 입법 재량의 한계를 벗어나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들이 밀반출한 금괴는 시가 합계 2조원에 달한다. 윤씨 등이 벌금을 내지 못할 경우 최고 3년까지 노역장에 유치되며, 윤씨의 경우 하루 노역은 약 6억1000만원에 해당한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