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친모 떠나고 아빠 혼자 출생신고… 8개월 걸렸다

입력 2023-07-04 10:50 수정 2023-07-04 11:14

교제하던 베트남 국적의 여성 사이에서 딸을 출산했으나 미혼부라는 이유로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던 남성이 법원의 결정으로 8개월 만에 자녀의 등록부를 갖게 됐다.

4일 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구가정법원 김형태 판사는 A씨가 제기한 ‘친생자 출생신고를 위한 확인’ 재판에서 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A씨는 회사 동료인 베트남 국적 여성과 2년여간 교제를 이어오던 중 지난해 9월 딸을 얻게 됐다.

그러나 이 여성은 출산 며칠 후 집을 나갔고 이후 연락이 되지 않았다.

A씨는 관할 주민센터를 방문해 딸의 출생신고를 요청했으나 담당 공무원은 A씨가 출생신고를 할 자격이 없다며 거부했다.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르면 혼인 관계가 없는 남녀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의 출생신고는 원칙적으로 친모가 하게끔 돼 있다.

다만 친모의 소재 불명 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친모가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 제출에 협조하지 않거나 친모의 성명,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어 특정할 수 없는 등의 경우에는 법원의 확인을 받은 후 친부가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A씨는 이후 8개월 동안 다방면으로 출생신고를 시도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출생신고를 위한 소를 제기했다.

소송을 대리한 공단 측은 친모의 이름 등 인적사항 일부는 알려졌지만, 친모가 갑작스레 소재 불명 되는 등 정당한 사유 없이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발급에 협조하지 않는 점을 주장했다.

법원은 A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딸의 친모를 특정할 수 없거나 공적서류 등에 의해 특정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함을 확인하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공단 소속 김동철 공익법무관은 “인간은 태어난 즉시 출생 등록될 권리를 가지는데, 법의 사각지대로 인해 이러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입법적인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가족관계등록법 조항은 지난 3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2025년 5월 31일까지 개선 입법을 하지 않으면 효력을 잃게 된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