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훈풍에…日 우수퇴직 기술자 초청 사업 호황 맞나

입력 2023-07-04 06:00
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한·일 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정부가 지원하는 ‘일본우수퇴직기술자 기술지도 사업’이 활성화 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일본 퇴직 기술자를 초청해 국내 기업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이 사업은 문재인정부 당시 실적이 상대적으로 저조해 아쉬움을 낳았다. 다만 등록된 기술자 절반 이상이 70대 이상이고, 예산이 10억원대에 그치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4일 정부에 따르면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한·일재단)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2008년부터 일본의 베테랑 기술자를 활용해 국내 중견·중소기업의 기술 공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지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우선 용접기술 등 국내 기업이 필요로 하는 분야의 일본 전문가를 발굴하거나 연결해 준다(기술지도). 또 일본 기술자를 강사로 활용해 30~40명의 국내 기업 관계자에게 제조 기술을 강습한다(기술인재양성). 아울러 일본 기술자를 직접 국내 제조 현장에 파견해 기업 시스템 전반에 대한 문제 해결을 돕는 것(기업현장지도)도 사업에 포함된다.

지난 2월 기준 한·일재단 일본기술자 데이터베이스에는 기계·소재, 전기·전자, 화학 등 제조 분야 일본기술자 725명이 등록돼 있다. 평균 30년 이상의 경력자들이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국내 기업은 정부에 필요한 분야 기술자 파견을 요청할 수 있다. 만약 기업이 자체적으로 발굴한 기술자가 있다면 초청비를 지원받는 형태로 사업 참여도 가능하다.

정부는 사업 참가 기업을 매년 2~3회 모집하고 있다. 대상 기업으로 선정되면 정부는 최대 8개월 간 오프라인 초청지도 및 온라인 원격지도에 소요되는 비용(자문료, 체재비, 항공료, 통역료, 기타 연구활동비 등)의 일부를 지원하게 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워낙 일본 제조업의 명성이 높다보니 참가한 기업들의 평가가 매우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제공

2012년과 2013년 기술인재양성 사업에 참가한 국내 기업 관계자 숫자는 각각 139명과 146명에 달했다. 그러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이 이뤄졌던 문재인정부 때는 실적이 뚝 떨어졌다. 실제로 한·일 관계가 경색 국면을 맞은 2019년 해당 사업 지원자는 44명에 그쳤다. 2016년 104명이었던 기술지도 사업 수혜자도 2020년 50명까지 하락했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한·일 정상회담 이후 양국이 금융이나 경제 분야 협력을 강화하면서 기술지도사업도 더 활기를 띨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본 기술자의 연령대가 높은 것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등록 기술자 725명 가운데 86세 이상은 28명이다. 81~85세 기술자는 135명, 76~80세 기술자는 168명으로 집계됐다. 71~75세는 158명이었다. DB에 등록된 기술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70세 이상인 셈이다. 그만큼 경험이 많은 기술자가 많다는 뜻이지만, 최신 기술 트렌드에는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부족한 예산도 걸림돌이다. 산업부는 올해 관련 기술지도 사업 예산으로 14억원을 편성했다. 체제비와 통역 비용 등이 다 포함된 숫자다. 보다 많은 기업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게 하려면 예산을 증액하고, 보다 젊은 기술자 숫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