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코스피지수가 10%를 웃도는 상승률을 보인 반면 ‘국민주’로 통하는 네이버, 카카오 주가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 매도세와 경기 둔화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가 주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네이버, 카카오는 각각 전거래일 대비 3%대 오른 18만9300원, 5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미국 증시에서 애플, 엔비디아 등 대형 기술주의 상승 여파로 강세를 보였지만, 한 달 새 각각 7.43%, 10.7% 빠진 수치다. 특히 카카오는 지난해 데이터 센터 화재로 인한 ‘먹통사태’ 당시 기록한 52주 신저가에 근접하면서 최근 ‘심리적 지지선’에 해당하는 5만 원 선이 깨진바 있다.
올해 상반기 코스피 대장주들의 상승률과 비교해보면 이들 주가의 낙폭은 훨씬 두드러진다. AI붐 여파로 삼성전자(31.53%), SK하이닉스(55.35%) 등 반도체주 주가가 수직으로 상승하고 코스피 지수는 16.93% 올랐지만 네이버 주가는 5.46% 오르는 데 그쳤고, 카카오의 경우엔 3.23% 뒷걸음쳤다.
지속되는 외국인 매도세가 네이버, 카카오의 주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은 네이버를 지난달 19일부터, 카카오는 지난달 13일부터 단 하루도 빠짐없이 매도세를 이어갔다. 실제 6월 한 달간 외국인의 네이버·카카오 순매도액은 각각 3120억원, 183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2022년 60%, 35%에 육박하던 외국인 보유율도 꾸준히 줄어 지난달 30일 기준 네이버는 46.84%, 카카오는 25.30%로 감소해 최근 2∼3년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경기 침체 가능성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도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카카오의 올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6.84% 감소한 142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는 같은 기간 3647억원으로 전년 대비 8.48%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다음 달 출시 예정인 AI챗봇 서비스 ‘큐’가 챗GPT 테마열풍에 합류할 수 있을지 여부가 주가상승의 관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주가흐름이 저가매수 수요를 자극하면서 동학개미들은 연일 ‘사자’ 행렬이다. 6월 한 달 동안 개인투자자들의 유가증권시장 내 순매수 상위 종목에 네이버(3841억원), 카카오(2830억원)가 각각 1위,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오랜 주가부진에 개인투자자들은 이날 차익실현에 나서면 네이버와 카카오 주식을 각각 260억원, 190억원 순매도했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경우 하반기에 실적 개선을 예상하지만 유의미한 실적 개선이 이뤄지려면 경기 개선이 선행돼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