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기지에 있는 한국군 부대에서 폭행 사건이 벌어졌다고 해도 국내 군형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폭행 혐의로 기소된 전직 육군 대령 A씨를 국내 군형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본 고등군사법원 판결을 깨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장으로 일하던 A씨는 2018년 3월 경기도 평택 미군 군사기지에서 병사가 경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른손으로 왼뺨을 5~8차례 툭툭 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을 맡은 보통군사법원은 A씨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을 맡은 고등군사법원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공소를 기각했다. 쟁점은 사건 발생 장소인 주한미군기지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였다. 2심은 군형법 적용 대상인 ‘군사기지’에 외국군 군사기지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고, 일반 형법을 적용했다.
군형법은 ‘군인 간 폭행죄’에는 반의사불벌죄를 적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반면 일반 형법에서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처벌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 피해자는 1심 선고 전 A씨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했다. 2심은 이 사건에 군형법이 아닌 일반 형법을 적용한 만큼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한다고 공소를 기각했다.
군 검찰 상고로 사건을 들여다본 대법원은 판결을 다시 뒤집었다. 일반 형법이 아닌 군형법을 적용해야 하는 사건이 맞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군사기지법 2조 1호는 군사기지를 ‘군사시설이 위치한 군부대의 주둔지, 해군기지, 항공작전기지, 방공기지, 군용전기통신기지, 그 밖에 군사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근거지’로 규정한다. 군 검찰은 “해당 조항에 군사기지가 대한민국 영토 내여야 한다든가, 외국군의 군사기지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지 않다”고 항변했다.
대법원은 군 검찰 주장을 받아들여 “A씨와 피해자가 속한 부대는 대한민국 군국부대로서 그 본부가 평택기지 안에 있는 것”이라며 “결국 범행은 대한민국 국군이 군사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근거지에서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비록 외국군 군사기지라고 하더라도 그곳에서 일어난 범행은 군형법이 적용되는 군사기지에서 벌어진 군인에 대한 군인의 폭행죄에 해당한다”며 “원심은 군사기지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등군사법원이 지난해 7월 폐지됨에 따라 이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보내져 다시 재판을 받게 된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