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국내서 큰 차 잘 팔렸지만 소형차는 눈 밖

입력 2023-07-03 06:02
현대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펠리세이드. AP연합뉴스

소비자들의 큰 차 선호 현상이 미국과 국내에서 같아지고 있다. 동시에 소형차는 점점 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큰 차 선호 현상이 높아질수록 제조사들은 다양한 모델로 선택지를 넓혀가고 있지만, 소형차는 갈수록 모델이 노후화되고 새로운 모델도 개발 계획이 없는 상태다.

해외 통계부터 살펴보면 현대의 액센트는 올해 1~6월까지 단 30대밖에 팔리지 않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7430대를 판매했었다. 2일 현대차·기아의 미국판매법인(HMA) 따르면 큰 차로 분류되는 현대의 싼타페·투싼·싼타쿠르즈 그리고 기아의 카니발·셀토스·스포티지 등은 모두 판매량이 올랐다. 특히 싼타페 하이브리드 모델은 판매량이 전월 대비 280% 상승해 월간 최고 판매 기록을 세웠다. 지난달 현대차의 친환경차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53% 판매량이 상승했으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전체 소매 판매량의 74%를 차지했다.

국내 통계도 같은 지표를 보인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는 큰 차 선호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올해 1~5월까지 국내 판매량을 살펴보면, 현대차의 준대형인 그랜저가 1위를 차지했고 기아의 카니발이 뒤를 이었다. 10순위 내 이름을 올린 소형차 이하의 차급은 경형인 레이 1개 차종뿐이었다. 수출에서도 큰 차가 70% 이상 수출량을 차지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체 수출 승용차 중 SUV 물량은 83만8481대로 전체의 70.9%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만7647대 상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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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호 현상에 맞게 제조사들도 꾸준히 차 크기를 늘려왔다. 올해 1~5월까지 판매량 1위부터 10위의 차종 평균 전장은 4735㎜, 전폭은 1870㎜였다. 10년 전 평균은 각각 4343㎜, 1764㎜였다.

소형차를 선호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모델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엑센트와 기아의 프라이드는 국내에서 단종 이후 새로운 세단형 소형차 개발 계획이 없다. 현대차의 가장 최근 모델인 i30 패스트백 모델은 판매 부진을 이유로 미국 시장에서 2020년 단종했다. 또 세제 혜택 문제도 있다. 소형차는 경차와 달리 자동차세와 주차비 등에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는 “구매자들이 주차 공간이 협소한 국내 실정과 상반된 선택을 하고 있다”며 “신차 구매자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며 제조사도 ‘신차는 더 커져야 한다’는 기존 공식에서 벗어나 실내 공간 활용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