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교회와 병원, 청소년 교정보호시설 등 하나님의 위로와 소망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찬양을 선물하는 이들이 있다. 쌍둥이 여성 듀엣 ‘클레시스’의 정화영(41) 정주영(41) 전도사다. 최근 서울 광진구의 한 카페에서 두 사람을 만나 찬양으로 형편이 어려운 이들이나 개척교회를 돕는 이유를 들었다.
외모뿐 아니라 재능과 비전도 꼭 닮은 이들은 둘 다 성악과 신학을 전공했다. 언니인 화영씨는 연세대 성악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리트&오라토리오과를 거쳐 장로회신학대학원 목회학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동생 주영씨는 총신대 교회음악과에서 수학한 뒤 감리교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화영씨는 “자매가 다른 교단 신학교에서 공부한 걸 보고 몇몇 분들이 ‘진정한 교회 연합’이라고들 하더라. 서로의 배경 덕에 초교파적 사역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웃었다.
각자 영역에서 공부하고 사역하던 자매가 의기투합한 건 지난해 5월부터다. 21년 주영씨가 급성 심부전을 앓은 게 계기가 됐다. 심장 기능 저하로 부종과 호흡 곤란을 겪는 동생을 본 화영씨는 당시 하던 교회 사역을 그만두고 찬양사역자의 길로 나섰다. 혼자 활동하긴 힘든 동생과 사역하기 위해서였다. 주영씨 역시 전임 사역지를 그만두고 투병하던 중 이렇게 다짐했다. ‘몸이 괜찮아지면 찬양이 필요한 곳을 찾아가리라.’
진단 3개월여 만에 주영씨 심장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이 다짐은 두 사람의 소명이 됐다. 주영씨는 “의사 선생님께서 ‘심장이 이전처럼 100%로 회복되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그게 정말 된 것”이라며 “하나님의 도움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저희가 같이 사역할 수 있게끔 이렇게 예비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헬라어로 ‘소명’을 뜻하는 팀 이름도 이 경험을 토대로 지었다.
팀 결성 후 주변에 ‘사례비 부담으로 사역자를 부르지 못하는 개척교회에 찬양 봉사를 한다’고 알리니 알음알음 요청이 들어왔다. 이들이 만난 교회 모습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이었다. 겉으로 보면 일반 주택인데 들어가면 교회 예배당인 곳도 있었고, 성도 한 명 없이 목회자만 반기던 교회도 있었다. 화영씨는 “코로나 여파로 작은 교회가 정말 힘들지 않았느냐. 이분들께 하나님의 위로가 절실하다 느꼈다”며 “집회 후 ‘찬양 듣고 힘이 났다’는 반응을 들을 때 덩달아 우리도 힘이 난다”고 했다.
주말엔 개척교회 집회를 나선다면 주중엔 주로 북한·통일선교나 청소년 사역에 동참한다. 주영씨는 “목회자인 부모님이 비행 청소년 사역을 했기에 우리도 이에 관심을 갖고 청소년 교정보호시설로 찬양 봉사를 다니며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려 노력한다”고 했다. 북한·통일선교는 독일 연수를 다녀오며 관심이 생긴 경우다. 화영씨는 “장신대 재학 중 드레스덴 인턴 사역자로 파견돼 동독 지역 교회와 학교를 경험했는데 서독보다 기독교인이 현저히 적고 분위기도 매우 달랐다”고 회고했다. 이어 “‘통일이 되면 우리도 독일의 상황과 비슷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더라. 한반도 통일을 대비해 남북한 사람의 마음을 여는 통일선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관심을 갖고 관련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2년 뒤 공동 목회할 교회를 세울 계획을 품고 있다. 각자의 목사 안수를 놓고도 고민 중이다. 차후 사역지 확정 전까지는 계속 개척교회와 병원, 교정시설 등을 다니며 지친 영혼을 찬양으로 위로할 예정이다. 주영씨는 “앞으로도 겸손과 온유의 마음으로 주님의 은혜 가운데 한 영혼을 치유하고 변화시킬 수 있도록 많은 격려와 기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