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3급 의붓딸의 월급을 7년에 걸쳐 8000만원 가까이 빼돌린 혐의를 받은 70대 부부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형사2단독(김택성 부장판사)은 횡령 혐의로 기소된 A씨(74)와 아내 B씨(73)에게 각각 징역 1년과 1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들 부부는 복지시설을 운영하면서 의붓딸 C씨가 지적장애 3급 장애인인 점을 이용해 월급 명목으로 지급한 급여와 수당을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이들이 C씨를 의붓딸로 삼은 2009년 3월부터 2016년 7월까지 95회에 걸쳐 횡령한 금액은 7980여만원에 달했다.
피고인들은 법정에서 “C씨가 이 사건 통장을 관리했고, C씨가 스스로 돈을 찾거나 C씨로부터 동의받고 사용했을 뿐이므로 횡령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증거 조사 결과 B씨가 통장을 보관하고 사용했으며 A씨는 인출 과정에 직접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C씨가 일부 현금을 직접 인출하고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더라도 그가 처한 상황과 피고인들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진정한 동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오히려 피고인들이 자신들의 지위와 C씨의 지적장애, 지속적인 성폭력 범죄로 인한 C씨의 심신장애 상태를 이용해 횡령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C씨를 상대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B씨는 성폭력처벌법상 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죄로 지난해 11월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됐다.
B씨는 숙식을 제공하며 돌보던 남성이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자 이를 제압하다가 숨지게 한 혐의(폭행치사)도 받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의 횡령 범행은 죄책이 무겁고, 피해자가 공판 과정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처벌 의사를 밝히고 있다”며 “그런데도 피고인들은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어 이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