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의 높은 파고를 뚫고 ‘드론’과 ‘정밀농업기술’을 수출하는 데 성공한 강소기업이 있다.
광주·전남에 기반을 둔 강소기업 ㈜공간정보가 우즈베키스탄 농업부가 발주한 드론제작 시범사업을 맡았다. 국토교통부와 현지 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이룬 쾌거다.
공간정보는 “현지시각 16일 오후 타슈켄트에서 우즈베키스탄 농업부 카흐라몬 차관과 드론을 활용한 정밀농업시스템 도입에 관한 협약을 했다”고 30일 밝혔다. 드론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즈베키스탄의 농업분야 진출 교두보를 확보한 것이다.
공간정보는 현지 대사관과 국토교통부 첨단항공과, 항공안전기술원이 협업해 6월 14일부터 현지 힐튼호텔에서 개최한 ‘한-우즈베키스탄 드론 로드쇼 2023’에 참가해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
협약서에 도장을 찍은 카흐라몬 차관은 ‘우즈베키스탄은 연간 일조량이 매우 풍부한 덕분에 과일, 목화 등 농산물 품질이 우수하다“며 “러시아 등에 수출을 확대하려면 최첨단 드론 기술과 운영체계 도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1991년 소비에트 연방에서 독립을 선언하고 현재 국명으로 개칭한 우즈베키스탄은 ‘우리의 왕이 세운 땅’이라는 의미다.
중앙아시아 최대 인구와 더불어 천연가스, 석탄, 금, 동, 텅스텐 등 풍부한 지하자원을 가진 이 나라는 1992년 대통령 중심의 민주공화제를 채택했다.
공간정보는 이번 협약을 토대로 향후 현지 농업·수자원 관리 등에 투입될 드론 제작 기법과 드론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노지 스마트 첨단농법을 전파하게 된다.
공간정보는 2017년 11월 국토교통부가 주최한 ‘우즈베키스탄 해외 로드쇼’에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하늘 위의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드론의 해외 시장 진출에 공을 들여왔다.
이 회사 김석구 대표 등은 이듬해에도 타슈켄트로 다시 날아가는 등 그동안 수출길을 여러모로 타진했다.
이후에도 현지 정부 관계자와 5~6차례 지속해서 비즈니스 미팅을 하고 드론과 원격탐사 기술을 응용한 인공지능(AI) 학습용 생육데이터 구축 등을 끈질기게 제안해 호응을 끌어냈다.
광활한 농지에 1대당 100명의 인력투입과 같은 작업효율이 보장되는 드론을 투입한다면 ‘기회의 땅’에서 ‘부자 농업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청사진을 제시해 높은 장벽을 허물었다.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해외시장 진출을 도모하면서 회사 가치를 높이고 내실을 기하는 데도 소홀하지 않았다.
직원 수가 40여 명에 불과한 소규모 기업이지만 매번 장거리 해외 출장 등 험로를 마다하지 않았다. 고심 끝에 수억원을 투자해 자체 브랜드 ‘TERRA’ 개발에도 역량을 쏟았다.
그 결과 지방기업이라는 한계상황을 극복하고 우즈베키스탄에 진출하는 국내 제1호 기업으로 우뚝 올라서게 됐다.
국가 간 이동을 가로막는 코로나19도 해외시장 진출을 노리는 불굴의 의지 앞에 장애물이 될 수 없었다. 팬더믹이 강타한 2020년부터는 화상회의 등을 통해 ‘협상’의 끈을 놓지 않았다.
공간정보는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6~7년간 근면성실한 자세로 신뢰를 얻었고 악전고투 끝에 우즈베키스탄 농업부에서 천금 같은 시범사업을 수주하는 결실을 봤다.
우즈베키스탄 농업부와 체결한 주요 협약은 드론 제작과 기술이전, 드론 원격탐사, 맵핑, 운용 교육, 8개 대표 농작물 데이터 구축 사업 등이다.
박정권 국토교통부 첨단항공과 사무관은 “지방의 작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축적해온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농업국가이면서도 세계적 광물자원 보유국인 우스베키스탄은 무인비행체 드론의 활용 영역이 앞으로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김희상 우즈베키스탄 대사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최근 드론 농법에 관한 관심이 매우 고조되고 있다”며 “양국 간 기술협력과 국내 기업 진출이 값진 결실을 거두게 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공간정보는 2017년 3월 ‘지역경제 이끄는 강소기업’으로 국민일보에 소개된 바 있다.
수년 전부터 우즈베키스탄뿐 아니라 캄보디아, 라오스, 방글라데시 등에서 농업 모니터링과 토지관리 시스템 구매의향 협약을 맺는 등 해외시장 개척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석구 대표는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이 최근 이례적으로 특허 기술을 넘겨줘 큰 힘을 얻고 있다”며 “자신감을 갖고 해외시장에 꾸준히 도전해 한국이 글로벌 5대 드론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