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70대 경비원에게 ‘갑질’을 했다고 지목된 아파트 관리소장이 자신을 겨냥한 집회·시위를 금지해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는 이 아파트 관리소장 안모 씨가 전 경비대장 이모씨와 전국민주일반노조 서울본부 조직부장 박모씨를 상대로 낸 접근금지 및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29일 기각했다.
재판부는 “집회로 인해 관리소장 업무가 직접적으로 방해됐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집회 현수막에 기재된 ‘갑질하는 관리소장’ ‘경비원 죽게 만든 관리소장’ 등의 표현에 대해 “사고 경위나 망인이 작성한 호소문의 내용, 집회의 맥락과 표현의 수위 등을 종합해볼 때 관리소장의 명예를 훼손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아파트 경비원으로 11년간 일한 박모(74)씨는 지난 3월 14일 “관리책임자의 갑질 때문에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동료들에게 전송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조와 박씨의 동료들은 관리소장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의 비호 아래 박씨에게 부당한 인사조처를 하고 인격을 모독했다며 관리소장의 퇴출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어왔다.
이에 관리소장 안씨는 관리사무소 직원들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입주민 사생활 침해 피해를 주장하며 “아파트 관리 관할지역인 울타리로부터 50m 이내에서 집회·시위를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