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블로그에서 발견한 영수증 사진을 도용해 식당 측에 환불을 요구한 손님의 이야기가 공분을 사고 있다. 비슷한 사기를 당할 뻔했다는 경험담도 이어지면서 식당 주인들은 특정 번호로 시작하는 번호를 조심하거나 영수증 내역을 잘 살필 것을 당부했다.
지난 21일 네이버 자영업자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식당을 운영하는 A씨가 ‘영수증 사기꾼 공유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A씨에 따르면 지난 18일 자신의 식당에서 070 번호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았는데, 식당에서 먹은 저녁 식사 때문에 밤새 아내와 아이가 설사를 했으니 식대를 환불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처음 겪는 일에 당황한 A씨는 먼저 사과의 말을 전하고 남성의 ‘식대 금액만 환불을 원한다’는 요구에 영수증만 확인하고 바로 환불 처리를 해주기로 했다.
그런데 전화를 끊은 뒤 남성의 부인이라는 사람이 카카오톡 메시지로 계좌번호와 영수증 사진을 보내왔다.
A씨는 곧바로 가게 단말기에서 결제 내역을 확인했으나 부인이 보낸 영수증과 일치하는 데이터가 나오지 않았다. 이에 A씨는 부인에게 카드 결제 문자를 보내달라고 부탁했으나 부인은 카드번호 노출을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수상함을 느낀 A씨는 보험사를 통해 보상하겠다고 하고 부인에게 연락처를 요구했으나 그 후로는 이들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다.
이후 A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을 뒤졌고 한 블로그에서 카카오톡으로 받았던 영수증 사진과 같은 것을 발견했다. 이에 A씨는 남성이 블로그 내용을 도용해 연락했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처벌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A씨는 “경찰에 신고하려 했으나 피해 사실이 없으면 접수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어 어찌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며 “약간 허술했던 사기꾼이라 그나마 대처가 가능했다. 이 내용이 널리 널리 퍼지길 바란다. 주변 사장님들과도 공유해달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실제로 댓글을 통해 일부 자영업자는 동일한 메시지를 받았다고 공유했다. 이들은 “조금 전에 동일 인물한테 카톡 받았다. 닉네임도 동일하다” “070 전화 안 받으니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보내더라”라고 전했다.
이전에도 피자에서 머리카락이 나왔다며 환불을 요청한 손님이 4년 전 사진을 도용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