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무더위와 습도 높은 날씨로 냉방기 사용이 늘고 있다. 이로 인해 여름에 아이들이 코피가 나는 증상을 자주 보일 수 있다. 코를 후비는 아이의 코 끝에 피가 묻어나거나 새벽에 깬 아이의 얼굴과 베개가 코피로 얼룩져 있기도 한다.
함소아한의원 부천시청점 노승희 원장은 29일 “무더위로 에어컨 선풍기 같은 냉방기를 사용하면서 실내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코 점막을 자극하는 원인이 된다”면서 “콧속이 건조해지면서 비염이 있거나 코 점막이 얇고 예민한 아이들은 코를 자주 후비고 비비면서 코피 증상을 보이기 쉽다”고 설명했다.
코피는 흔한 출혈 증상이다. 양쪽 콧구멍 사이 벽을 비중격이라고 하며 콧구멍 입구에 가까운 쪽의 비중격에는 혈관이 많이 모여 그물처럼 얼기를 형성한다. 이 혈관 얼기를 얇은 점막이 덮고 있어, 혈관은 풍부하지만 이를 보호하는 점막은 약하므로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특히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이 점막이 더욱 얇다.
코피를 유발하는 자극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하면, 첫째는 ‘외상’이다. 코를 후비거나 심하게 비비거나, 넘어지거나 부딪히면서 가해진 외부 자극에 의해 혈관이 손상돼 출혈이 발생한다. 둘째는 ‘염증’인데 대표적으로 비염은 코에 반복적인 염증이 유발되는 상태로, 점막이 부었다 가라앉기를 반복하고 표면이 헐면서 손상돼 출혈이 발생한다.
코감기 역시 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코피가 나타날 수 있다. 마지막은 ‘건조’이다. 코 점막은 정상적으로 점액이 분비되면서 촉촉하고 윤기 있는 상태를 유지한다. 촉촉한 상태여야 점막 자체가 건강한 것으로, 이때 점막의 면역 작용도 원활히 일어난다. 반대로 코 점막이 건조하면 염증도 쉽게 생기고 상처에도 취약해진다. 피부나 입술이 건조하면 쉽게 찢어지고 피가 나는 것과 동일한 원리다.
여름철 실내의 과도한 냉방은 코를 혹사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다. 평소 비염이 있는 아이라면, 점막이 더 예민한 상태이므로 코를 자주 만지거나 후비는 경우가 잦다. 덥고 습한 바깥 기온에 적응했던 코 점막이 냉방이 된 실내로 들어오면 갑자기 차고 건조한 공기를 마시게 된다. 달라진 외부 조건에 적응하기 위해 점막이 부어오르고 점액 분비도 많아진다. 코딱지도 많아지고 간지러워져 코를 자꾸 후비게 된다. 이런 상황이 하루에 몇 번씩 반복되면 점막은 과민해지고 자극에 더 약해진다. 게다가 자는 동안 밤새 차고 건조한 공기에 노출되면 새벽에 코피가 터지기도 한다.
아울러 아이의 체질에 따라 유달리 피부가 건조하거나 또는 혈관이 약한 경우에도 코피 증상을 자주 보일 수 있다. 노 원장은 “피부가 건조한 것은 한의학적으로 ‘음허’에 해당하며, 코 점막 역시 건조하게 되어 코피가 자주 보인다. 진액이 마르거나 부족해 건조하게 되는 경우로 속열 균형을 맞추어 주고 음을 보하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름철 아이가 코피를 자주 보인다면 에어컨 등 냉방기 사용을 조절해 실내 공기가 지나치게 차고 건조하지 않게 해야 한다. 실내 온도는 22~26도로 유지하고 1시간에 한 번은 창문을 열어 바깥 공기를 쐬도록 해 장시간 차고 건조한 공기에 노출을 줄인다. 따뜻한 물을 보온컵에 담아, 따뜻한 수증기를 코 주변에 쐬어주면 점막 건조도를 낮추는 데 도움된다. 또한 차가운 바람이 아이 얼굴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며, 특히 잘 때는 몸에도 장시간 직접 닿는 것은 피해야 한다. 다만, 아이들은 잠들고 2시간은 땀을 내면서 더위를 발산하므로 잠드는 초반에는 시원하게 해주되, 2시간 정도 지나면 냉방기의 방향과 온도를 조절해 준다.
아울러 아이가 비염이 있으면, 코가 불편해 자주 후비게 되면서 염증과 외상이 반복될 수 있다. 아이가 비염이 있는지 점검하고 소아 비염이 만성화되지 않도록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노 원장은 “장마와 무더위로 가정이나 실내뿐 아니라 차량 이동 시에도 에어컨 사용이 늘어나니, 평소 비염과 코피 증상을 자주 보이는 아이들은 코 점막이 예민하고 건조해지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며 “코피가 나면 고개를 약간 숙이도록 하고, 콧구멍 입구에 가까운 쪽의 콧방울을 엄지와 검지로 부드럽게 압박해 준다. 쉽게 지혈이 되지 않을 경우, 찬 수건이나 얼음주머니를 대고 압박해 주면 혈관 수축을 유도해 지혈에 도움된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