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무장반란을 일으킨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숙청하려 했으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만류로 뜻을 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벨라루스 고위 군 장교들과의 행사에서 자국 언론에 언급한 내용으로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바그너그룹이 러시아 남부 거점인 로스토프나도누의 군 사령부를 장악한 뒤인 지난 24일 오전 10시 10분쯤 푸틴 대통령과 통화했다. 푸틴은 “프리고진을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밝히며 분노를 표출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자신이 푸틴을 다독여 프리고진과의 가교 역할을 자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푸틴에게 일단 냉정함을 되찾고 지금 상황은 넘기라고 말했다”며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누구를 공격해선 안 된다고 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오전 11시쯤 프리고진과 통화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그는 반쯤 미친 상태였다. 처음 통화할 당시 약 30분 동안 욕설로만 대화했다”고 밝혔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내가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프리고진과 그 부하들의 안전에 대한 개인적인 보장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리고진이 그날 오후 5시쯤 전화를 걸어 ‘모든 조건을 받아들이면 제거당할 텐데 어떻게 하면 좋겠나’라고 물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나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고 말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그룹에 지원한 자금의 사용처를 조사해 문제가 발견되면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크렘린궁에서 군 지도부와 만나 러시아 정부가 지난해 5월부터 1년여간 바그너그룹에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 이상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지난 수년간 정부와 바그너그룹 간 연관성을 부인하다 처음 인정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를 ‘폭탄 발언’으로 소개했다. 푸틴은 프리고진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거나 많이 훔치지 않았기를 바라지만 이 모든 것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