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일타 강사이자 메가스터디 창립자 손주은 회장이 정부의 수능 ‘킬러 문항’ 배제 방침에 대해 “킬러 문항을 만든 건 교육 당국이고 사교육은 이에 대응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손 회장은 27일 KBS ‘더 라이브’에 출연해 “현재 수능에서 킬러 문항이 문제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이를 배제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공정 수능을 찾아가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동의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손 회장은 2000년 온라인 입시 전문 기업 ‘메가스터디’를 창업한 1세대 유명 일타 강사다. ‘인강’(인터넷 강의) 창시자로 불리며 37년째 사교육 시장에 몸담고 있다.
그러면서 “킬러 문항하고 사교육을 연계시키는데, 사실 킬러 문항을 만든 건 교육 당국이고 교육 과정 평가원”이라며 “거기에 사교육이 대응했을 따름”이라고 주장했다.
킬러 문항 배제로 공교육을 정상화한다는 정부의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킬러 문항이 사교육 때문에 생겨나고 심화했다는 건 오해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손 회장은 교육 당국이 발표한 킬러 문항의 정의 자체도 현장과 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킬러 문항의 정의가 교육 당국의 발표와 현장과 다른 것 같다”며 “현장에서는 정답률이 아주 낮은 5%∼10% 이하 문제를 킬러 문항이라고 하는데, 이번에 교육부 장관께서 말씀하신 거 보면 공교육에서 벗어나 있는 영역에서 출제된 걸 킬러 문항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의 이러한 지적은 킬러 문항과 관련해 정치권 등에서 사교육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신 그는 킬러 문항이 생겨난 배경으로 이명박정부의 EBS 연계 정책과 문재인정부의 영어 절대평가를 지목했다.
손 회장은 “이명박정부에서 EBS 연계율을 70%까지 지나치게 올리면서 지문이 그대로 나오니까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킬러 문항이 나오게 됐다”며 “문재인정부 때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었는데 공부 잘하는 애들은 90점만 넘으면 다 1등급이니까 국어, 수학에 집중하게 됐고 또 변별을 위해서 어려운 문제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논란이 되는 킬러 문항 배제가 우려하는 것만큼 현장에서 혼란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손 회장은 “킬러 문항 배제는 생각보다 그렇게 혼란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치권에서 진영 논리로 대립하고 또 언론들이 너무 지나치게 많이 다루고 하면서 그 과정에서 혼란이 더 커지는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킬러 문항이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문제가 되지만 오히려 다수의 학생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실제로 킬러 문항과 관련된 학생은 1% 최상위권 학생”이라며 “공교육 범위 안에서 출제가 된다고 하면 사실 다수의 학생한테는 올해 수능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최상위권 학생에게만 문제 되는 부분을 이렇게 크게 부각하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교육 당국에 “9월 모의고사에서 공정 수능의 모델이 나올 텐데 7월, 8월에 빨리 그 모형을 공개해 혼란을 줄여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손 회장은 일각에서 논란이 된 일타강사들의 ‘고액연봉’ 논란과 관련해 강사들을 두둔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일타강사는 정말 많은 학생을 가르쳐서 수입이 많은 것이지 고액 수강료를 받았거나 정의롭지 못한 행태로 강의를 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고 주장했다.
최근 수학 강사 현우진, 역사 강사 이다지 등 일부 일타 강사들이 정부의 킬러 문항 배제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가 “킬러 문항 강의로 고액 연봉을 받으며 호화로운 생활을 한다”는 역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