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도 새끼에겐 아기 말투쓴다…“더 높은 휘파람”

입력 2023-06-28 00:03 수정 2023-06-28 00:03
미국 플로리다주(州) 새러소타만(灣)에서 큰돌고래가 수영하고 있다. AP 뉴시스

높은 지능으로 사회화된 행동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돌고래가 새끼와 소통할 때 사람이 아기를 대할 때처럼 높은 톤의 휘파람 소리 등 ‘아기 말투’를 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가디언은 27일(현지시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가 실렸다고 보도했다.

라엘라 사이 미국 햄프셔대 생물학과 교수와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대학 소속 연구팀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진은 1984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플로리다주 새러소타 베이 근처에 사는 야생 암컷 큰돌고래 19마리를 관찰했다.

이들은 큰돌고래에게 특수 마이크를 부착해 포획과 방류를 반복하면서 돌고래가 의사소통할 때 쓰는 ‘휘파람’ 소리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돌고래의 휘파람은 사람의 목소리처럼 개체마다 고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이들 큰돌고래가 자기 새끼와 있을 때, 다른 성체 돌고래와 있을 때, 혼자 있을 때 등 상황별로 휘파람 소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어미 큰돌고래는 새끼에게 휘파람을 불 때 평소보다 더 높은 주파수의 소리를 내는 경향성이 확인됐다. 휘파람 음역도 다른 때보다 더 넓었다. 연구 대상이 된 어미 돌고래 19마리에게서 모두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어미 큰돌고래가 ‘아기 말투’를 쓰는 이유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어미가 높은 톤의 휘파람 소리를 내면 새끼가 새로운 소리를 더 쉽게 습득하는 등 학습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어미가 새끼 돌고래의 관심을 끄는 데도 높은 목소리가 더 효과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연구진은 “돌고래가 이처럼 아기 말투를 사용하는 이유도 사람과 비슷한 이유일 것”이라 예측하며 “돌고래가 발성 학습과 언어의 진화를 연구하기 위한 동물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는 이 같은 ‘아기 말투’를 ‘모성어(motherese)’라고도 한다. 큰돌고래 외 암컷 붉은털원숭이 등 동물에서도 이 같은 ‘아기 말투’가 관찰된 바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연구진은 “큰돌고래가 수유 등 어미로서 행동하는 과정에서 음향이 달라진 것일 수도 있어 추가 연구를 통해 음향 변화의 원인을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영은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