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세계 1위 전망이라더니… 전기차 스타트업, 밥그릇 싸움 중

입력 2023-06-28 06:03

중국의 자동차 수출이 올해 세계 1위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자국 내에서 축제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는다. 전기차 스타트업의 운명이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후 생산이 끊긴 스타트업부터 테슬라의 신흥 강자로 불리던 토종 전기차 스타트업도 휘청이고 있다. 실적 부진과 밥그릇 싸움에 스타트업들은 고초를 겪고 있다.

2014년 설립한 중국의 토종 전기차 스타트업인 ‘웨이라이(니오·NIO)’는 2017년 출시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세계적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의 모델X의 절반 가격이지만 디자인과 대형스크린 패널 등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아 ‘테슬라 킬러’라는 별명도 얻었었다. 현재는 현금 보유고가 고갈되고 있는 상태다. 지난 2분기 연속 판매 부진을 겪었기 때문이다. 윌리엄 리 웨이라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 부진으로 인해 ‘유동성 위험’을 신중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웨이라이는 긴급 현금 수혈에 나섰다. 최근 UAE 아부다비 투자기관인 CYVN에게 지분의 7%를 넘기고 현금 11억달러(약 1조4000억원)을 받았다.
비야디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웨이라이의 최근 판매량을 살펴보면 중국 1위 자동차 브랜드인 ‘비야디(BYD)’와 큰 차이를 보인다. 웨이라이는 2020년 4만3000대, 2021년 9만1400대에 이어 지난해 12만2400대를 기록했다. 올해 1~5월까지 4만3800대를 판매했다. 그러나 비야디는 같은 기간 100만2600대를 판매했다. 리샹자동차(Li Auto)만 미소를 짓고 있다. 리샹자동차는 이 기간동안 웨이라이의 판매량의 2배가 넘는 10만3840대를 판매했다.

중국의 또 다른 전기차 스타트업인 ‘WM모터(WM Motor)’는 올해 생산을 중단했다. 부채에 시달리며 현금이 부족해지자 공장의 문을 걸어 잠근 것이다. 직원도 해고하고 매장도 폐쇄했다. 2016년 당시 생산 공장 하나 없이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던 회사다. ’웨이마자동차’ 역시 지난 5월 하이난성에서 운영하는 매장 6개를 폐쇄했다. 지난해 6월만 하더라도 몸값이 70억4000만달러(약 9조1625억원)에 달했었다. 10월부터 악몽은 찾아왔다. 실적 위기가 누적 적자 확대로 이어졌고, 직원들의 임금이 삭감됐으며 경영진 절반이 해고 조처됐다. WM모터와 마찬가지로 웨이마는 올해 전기차를 판매할 수 없었다.
왼쪽부터 웨이라이, 리샹, 샤오펑. 각 사 홈페이지 갈무리

‘레이딩자동차’는 2008년 저속전기차를 내놓으며 10년 넘게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2021년에 경형 전기차인 ‘망궈’는 연간 판매량 3만대를 넘기며 승승장구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레이딩자동차의 성장가도는 파산으로 끝을 맺었다. 200여건의 계약에서 분쟁이 일어났고, 채무불이행 소송 등 약 100건에 달하는 민사 사건에 휘말려 결국 레이딩자동차는 파산 신청했다.

제2의 테슬라를 꿈꾸던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들은 경쟁이 심화하며 유동성 문제와 운영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엘 잉 자동차 분석전문가는 “전기차 스타트업은 내연기관 자동차 제조 업체들보다 이런 경쟁에 취약하다. 모두가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