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 가격 인하 연 200억 소비자 혜택? 국민 1인당 효과는 ‘388원’

입력 2023-06-27 17:34 수정 2023-06-27 17:53
27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신라면을 매대에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농심 신라면과 새우깡 가격이 다음 달부터 내려간다. 삼양식품의 삼양라면, 짜짜로니 등 12개 제품 가격도 인하한다. 오뚜기·팔도 등도 가격 인하를 예고했다. 정부가 국제 밀 선물 가격 시세가 하락한 만큼 ‘라면값’도 내려야 한다고 압박한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정부가 기업에 공급되는 밀가루 가격 압박까지 더하면서 제과·제빵업계로 가격 인하 행렬이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농심은 신라면과 새우깡 출고가를 각각 4.5%와 6.9% 인하한다고 27일 밝혔다. 편의점 등 소매점 기준 약 1000원에 판매되는 신라면 한 봉지 가격은 50원, 1500원인 새우깡은 100원씩 소비자가격이 떨어진다. 농심이 신라면 가격을 내린 것은 2010년 이후 13년 만이다. 새우깡 가격 인하는 처음이다.

삼양식품도 다음 달부터 삼양라면, 짜짜로니, 맛있는라면, 열무비빔면 등 12개 대표 제품 가격을 순차적으로 평균 4.7% 인하하기로 했다. 삼양라면은 5개 묶음 할인점 판매가 기준으로 3840원에서 3680원(4%), 짜짜로니(4입)는 3600원에서 3430원(5%), 열무비빔면(4입)은 3400원에서 2880원(15%)으로 가격이 내려간다.


농심과 삼양식품이 전격 가격 인하를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소맥분(밀가루) 가격이 다음 달부터 내려가기 때문이다. 농심과 거래하는 국내 제분회사는 전날 농림수산식품부와 제분업계 간담회 이후 소맥분 공급가를 5% 인하하기로 했다.

정부는 간담회에서 국제 밀 선물 가격이 최근 하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사실상 가격 인하를 주문했다. 제분업계는 대대적인 공급가 낮추기에는 난색을 표했다.

국제 밀 가격이 지난해 사상 최고 수준까지 뛰었다가 하락하는 추세지만 평년 대비 1.5배 이상 높은 수준임을 감안한다면 ‘인하 요인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라면 등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물가 고통 분담’ 차원에서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소맥분 가격 인하로 농심이 절감하게 되는 비용 규모는 연간 약 80억원 수준이다. 농심은 “소맥분 가격 인하로 얻게 될 농심의 이익증가분 그 이상을 소비자에게 환원한다”며 “이번 가격 인하로 연간 200억원 이상의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라면 50원, 새우깡 100원의 소비자가격 인하가 물가 부담을 낮추는 데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신라면만으로 연간 200억원의 물가 하락 효과를 거둔다고 해도 인구수(5155만8034명)로 환산하면 1인당 연간 388원의 혜택을 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신라면을 매일 1개씩 먹는다고 계산해도 1년 동안 1만8250원의 절감효과가 나타날 뿐이다.

다만 삼양식품을 포함해 오뚜기, 팔도 등 라면 제조기업들이 다음 달 가격 인하에 동참하기로 약속하면서 부담 경감의 폭은 조금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오뚜기와 팔도 등은 시점과 품목을 확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음 달 중 가격 인하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