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 삶 지옥인데… 불법 추심업자 구속은 고작 1%대

입력 2023-06-27 16:56 수정 2023-06-27 18:29

미등록(불법) 대부업체의 불법 채권 추심 행위는 채무자의 삶을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특히 최근에는 성 착취나 가족·지인 등 사회적 관계를 악용한 ‘신종 추심’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융·수사 당국은 불법사금융 단속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나날이 진화하는 불법 추심 행위를 근절시키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대부업체 등의 추심 행위는 법으로 엄격하게 규정돼 있다. 2009년 제정된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은 ‘채권자는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만 추심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외 시간에는 전화·메시지 등 연락도 금지된다. 또 제3자에게 채무자의 채무 사실을 알리거나 협박·공포심·불안감을 유발하는 행위도 금지돼 있다. 이를 위반하면 최고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이런 법 규정이 무색하게 불법 추심 행위는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추심 피해는 최근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1~2월 접수된 불법 추심 관련 피해상담은 271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배 증가했다. 특히 가족·지인을 통한 불법 추심은 64%로 전년 동기(53%)보다 늘어났다.

불법 사채업자를 검거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탓에 불법 추심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범행에 대포폰이 이용되고, 추심이 카카오톡 오픈 채팅이나 텔레그램 등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피의자를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 성 착취 추심 피해를 받은 A씨는 “무조건 새로 만든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알몸 사진을 보내도록 했다”며 “사채업자는 사진을 받은 뒤 기록을 완전히 삭제했다. 나중에 이 사진이 유포된 뒤에야 지인을 통해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불법 사채업자의 혐의가 일부 입증되더라도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 불법사금융 관련 구속률은 2017년 1.8%, 2018년 1.2%, 2019년 1.1%, 2020년 1.1%, 2021년 1.2% 등 매년 1%대에 머무는 상황이다. 성 착취 추심, 스토커 추심 등 신종 추심 수법에 대해서는 일반 추심 관련 법보다 더 무거운 처벌을 규정한 법을 적용하거나 새로운 처벌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당국은 불법 추심 행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관련 피해를 봤을 때 금감원과 경찰에 곧바로 신고해 구제를 요청하고, 추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불법 추심을 받을 때 휴대전화로 통화 내용을 녹음하거나 동영상·사진 촬영을 통해 증거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중에 불법 사채업자가 검거됐을 때 혐의 입증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법업자들은 온라인 비대면 대출을 위한 인증절차 또는 채무상환능력 심사 자료라면서 지인 연락처 목록이나 상세 개인정보를 ‘담보물’처럼 요구하는데 이에 일절 응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신재희 김진욱 임송수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