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의 RE100 이행 수준이 비슷한 업종의 해외 기업보다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중립, 특히 RE100은 ‘무역장벽’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행하지 못하거나 이행 수준이 낮은 기업의 제품은 각종 규제를 받을 수 있다.
RE100은 ‘재생에너지 전기 100%’를 뜻한다. 기업에서 쓰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고 약속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RE100에 가입한 한국 기업은 32곳인데, RE100을 달성한 곳은 없다.
27일 한국ESG연구소에 따르면 대표 제조기업인 삼성전자는 2021년 전력 2만5750.5기가와트시(GWh)를 소비했다. 이 가운데 재생에너지 전력소비량은 5278GWh로 사용 비율이 20.5%에 그쳤다. 같은 해에 애플은 사용한 2781.5GWh 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충당했다. 삼성전자는 애플보다 1.9배 많은 재생에너지를 구매했지만, 사용률은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대규모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차이를 유발했다. 애플은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개발을 직접 하지만, 제품 생산은 아웃소싱한다. 애플의 총자산 대비 건물 등 유형자산 설비 비율은 11%에 머문다. 반면 각국에 32개 생산거점을 보유한 삼성전자의 총자산 대비 유형자산 비중은 35%로 높은 편이다. 기본적인 전력 수요에서 삼성전자가 애플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애플은 2016년 RE100에 가입하고 2019년에 목표를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RE100에 가입했다. 한국ESG연구소는 “매출 단위당 전력 사용률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15배로 크게 차이 난다. 애플은 전력 부담이 낮은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이와 달리 삼성전자는 에너지 비용에 민감한 수익구조를 지닌다”고 분석했다.
다른 한국 기업들도 RE100 이행 수준이 뒤처진다.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인 네이버의 전력소비량(171.6GWh) 중 재생에너지(1.9GWh) 비중은 1.1%로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73.2%)보다 매우 낮다. 현대자동차(3.5%), 아모레퍼시픽(18.9%), 한화솔루션(0.1%)은 각각 BMW(95.8%), 유니레버(93.2%), 바스프(BASF)(62.0%)와 비교해 재생에너지 사용률이 저조했다.
한국ESG연구소는 “재생에너지 사용량뿐 아니라 기업의 다른 탄소중립 활동 및 노력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전자의 재생에너지 전력소비량은 2019년 3220GWh에서 2021년 5278GWh로 늘었다. 같은 기간 전력소비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15%에서 20%로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력사용량 계산은 기업들이 글로벌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에 제출한 데이터를 근거로 했다. CDP 자료가 없는 경우 기업의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데이터를 추출해 재계산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