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반대”…줌으로 해고당한 한인 목사의 배짱

입력 2023-06-27 14:33 수정 2023-06-27 14:58
강현중 토랜스연합감리교회 목사가 지난 11일 '서부지역 평신도 기도회' 강단에서 설교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25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토랜스연합감리교회에서 강현중(54) 담임목사가 마지막 설교를 전했다. 미국 연합감리교회(UMC)가 강 목사가 동성애를 반대했다며 재파송 중지 통보를 전했기 때문이다. 재파송 중지는 사실상 해고나 다름없는 조치다.

강 목사는 부목사 생활을 포함해 17년간의 UMC 목회 생활을 통째로 부정당했으나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그 뜻은 굽히지 않았다. 그는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동성애에 반대하는 교회들이 별도로 설립한 글로벌감리교회(GMC) 교단에 들어 교회를 새로 개척할 예정”이라며 “토랜스연합감리교회는 UMC가 소유하고 있어 성도와 예배당 등 모든 것을 두고 홀로 떠나야 하지만 후회는 없다”고 전했다.

앞서 UMC 측은 동성애자·양성애자·트랜스젠더·퀴어를 통칭하는 이른바 ‘LGBTQ’ 이슈에 옹호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강 목사는 “UMC 측은 LGBTQ가 하나님의 뜻이고 축복받을 일이며 심지어는 사도 바울이 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병옥 로스펠리즈연합감리교회 목사가 지난 25일 교회 본당에서 설교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한인교회들은 이 같은 UMC의 동성애 옹호에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토랜스연합감리교회는 교인 총회를 열어 교단 탈퇴를 결의했다. 같은 캘리포니아주 로스펠리즈연합감리교회(신병옥 목사)도 교인 총회를 통해 탈퇴를 결정했지만 이 사실을 안 UMC 가주태평양연회가 탈퇴 절차가 이뤄지기 전 강 목사와 신 목사를 재파송 중지했다.

UMC 측은 통보를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전하지 않고 줌(Zoom) 화상회의를 통해 일방적으로 전했다고 한다. 강 목사는 “오래전부터 UMC와 신앙관이 달라 함께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조금 당겨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두 교회의 성도들은 법적 대응을 준비했지만 강 목사나 신 목사는 이를 막았다.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기독교인들끼리 싸우는 모습으로만 보일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강 목사와 같이 재파송 중지를 당한 신 목사도 새로운 예배지에서 동성애에 반대하는 신념과 신앙관을 지켜나갈 예정이다.

한편 UMC에서 탈퇴하고 있는 교회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UMC 매체인 연합감리교뉴스(UM News)에 따르면 동성애 이슈가 불거진 2019년부터 지금까지 총 6000여 교회가 교단을 탈퇴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