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 반란 후 첫 메시지 “정부 전복 목적 아냐”

입력 2023-06-27 11:28 수정 2023-06-27 14:47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촬영한 비디오 메시지 장면. AP연합뉴스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무장반란 이후 처음으로 공개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반란 목적이 러시아 정부 전복이 아닌 러시아군 수뇌부 응징임을 명확히 했다. 한편 크렘린궁은 프리고진에 대한 기소를 여전히 중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한 11분짜리 음성메시지에서 “우리는 불의로 인해 행진을 시작했다”며 “아무도 국방부와 계약에 동의하지 않았고, 바그너 그룹은 7월 1일 이후로 존재하지 않을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바그너 그룹 등 용병기업들에 대해 다음달 1일까지 정식으로 국방부와 계약하고 활동할 것을 지시했으나, 프리고진은 이에 반발해 계약을 거부했다.

프리고진은 “우리는 공격 의사를 보이지 않았으나 미사일과 헬리콥터의 공격을 받았다”며 “그것이 방아쇠가 됐다. 러시아 항공기를 공격해야만 했던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프리고진은 반란에 앞서 바그너 그룹이 러시아군의 공습을 받았다며 러시아군 수뇌부를 응징하기 위한 행동을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프리고진은 이번 반란의 목표에 대해 “‘정의의 행진’의 목표는 바그너 그룹의 파괴를 피하는 것이었다. 특별군사작전 중 실책을 저지른 이들의 책임을 묻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 정부 전복을 위해 행진한 것이 아니었다”며 “러시아 병사의 피를 흘리지 않기 위해 돌아섰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이 무장 반란을 일으켜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에 도착한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리고진은 바그너 그룹이 하루 만에 1000㎞에 가까이 주파한 것을 들어 역량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2월 24일이 어땠어야 하는지 우리가 마스터 클래스를 보여줬다”며 “이번 행진으로 인해 국가의 심각한 안보 문제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24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날이다.

프리고진이 메시지를 공개한 것은 지난 24일 반란을 중단한 뒤 이틀 만이다. 그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협상 결과 반란을 중단하고 벨라루스로 망명하기로 했으나, 당일 밤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노두를 떠난 뒤 행적이 묘연한 상태다.

한편 러시아 국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이날 러시아 검찰청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프리고진에 대한 기소가 취하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경제지 코메르산트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여전히 프리고진을 조사하고 있으며 “다른 결정을 내리기에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