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①] “미래 희망 없어 ‘현재 고액 소비’ 경향… 박탈감도 커진다” [이슈&탐사]

입력 2023-06-26 18:55 수정 2023-06-26 19:10
좌담회 참석 3인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소비·물가·부동산 등 거시경제 전반을 연구한다. 한국 경제성장률에 대한 분석과 정책 평가 등 대내적 연구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주요국 경기 동향 등 대외적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최근 발간한 주요 보고서로는 ‘국내 5대 소비분화 현상과 시사점’ 등이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2007년부터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 자문위원, 한국유통학회 회장, 동반성장위원회 위원 등 직위를 역임하며 소비·유통 전문가로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의 물가구조 및 국내외 가격차이 해소방안’ ‘우리사회 이렇게 바꾸자’ 등이 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
현재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 자문위원, 금융감독원 가상자산 리스크협의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의 시스템위험에 대한 금융 공학적 접근’ ‘비트코인, 블록체인기술 그리고 금융시장’ 등 연구과제를 진행하며 블록체인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명품’이 곧 신분증이고, 도박 같은 가상자산 투자가 선호되며, 가계부채와 빚 탕감 요청이 동시에 늘어나는 사회. 한국사회 구성원의 소비·투자·채무 관행에는 자산 격차에 대한 좌절감, 그리고 역설적으로 강해진 물신주의가 모두 담겨 있다. 불로소득과 현시적 소비가 추구되는 사이 성실한 노동과 임금의 저축은 낡은 말이 돼 있다.

국민일보는 지난 9일 ‘초고가 소비, 가상자산 투자, 채무와 변제불능의 동시 증가로 보는 한국사회’를 주제로 경제 전문가 3인의 좌담회를 열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가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한국사회 소비·투자 경향의 원인을 개인적·구조적으로 다양하게 해석했다. 그 결과를 우려할 만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공통적이었다.

‘명품’ 등 초고가 소비를 중심으로 한 소비 양극화의 심화, 투자자들 스스로가 도박과 투기라 부르는 변동성 큰 가상자산 투자 선호, 늘어나는 빚과 변제불능 사태들은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자산 격차 좌절감과 불로소득 욕망이 뒤엉키는 사이 물신주의는 강화되고 노동 가치는 하락했다. 국민일보 좌담회에 참석한 경제 전문가들은 청년의 무기력증을 예방할 대책이 필요하며, ‘재테크’와 구별되는 진정한 경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권현구 기자

올 들어 초고가 소비가 4년 전의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 현상의 원인, 시사점은 무엇인가?
▲이 이사=일단 이런 현상 자체를 놓고 단편적으로 읽기는 어려울 것 같다. 사람들 마음속에 여러 가지 욕구가 있는데 한 번에 몰아서 그걸 ‘너희 소비 성향은 이렇다’고 말하긴 어렵다. 집단적인 형태에서 보이는 우리 경제, 사회구조에 방점을 두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첫번째로 현재의 20~30대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태어났다. 그러면서 지금 아이가 가정당 1명, 많으면 2명 정도 될 것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자산이 어느 정도 축척돼 있다. 그런 면에서 중산층 이상에 속하는 청장년층은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아도 되고, 안정된 소득원이 있다면 굉장히 어렵게 저축하면서 살 필요가 없는 그런 상황이다. 또 하나는 우리 경제가 굉장히 어려워졌다. 고도성장할 때, 1980~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자고 일어나면 소득이 뛰고, 새로운 기회가 있고, 개인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굉장히 많았다. 지금은 굉장히 제한적인 기회 속에서 제2의 베이비붐 세대들, 50대 이상 세대들이 켜켜이 사회 곳곳에 요직에 있으면서 천장이 굉장히 높다.

그런 상황인 데다, 심리적 변화에 따라 소비패턴이 달라진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위로 산업’이라는 것도 있다. 예를 들면 애완동물을 키우는 집이 굉장히 많아졌다. 따져보면 (위로 산업 소비엔) 비용이 많이 든다. 제대로 키우면 한 달에 40만~50만원 정도가 든다. 보통 젊은이들이 신차 구매에 드는 비용을 애완동물에 투입하거나 고가 상품, 사행성 상품에 투자를 하는 일이 벌어지는 셈이다.

이런 소비 패턴 자체는 아마도, 우리 경제가 더 저성장 국면으로 가서 더 힘들어지지 않는 이상, 한 번 이런 습관을 지니게 되면 좀처럼 고쳐지긴 힘들다고 생각한다. 저축성향이 낮아지고, 나중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의 예비적 저축은 줄고, 사행성은 더해진다. 나에게 보상이 오고 나를 위로해줄 수 있는 소비, 이런 게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대신에 (이러한 소비를) 못하는 계층이 많이 생길 것이다. 지금 청년 확장실업률, 물가상승률을 보면 20% 이상 높아졌다. 소득, 저축, 자산이 늘어나는 속도가 인플레이션과 고통이 증가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우리 사회가 명품과 코인의 나라라고, 이렇게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좀더 건전한 방향으로 물꼬를 터갈 계기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한 일 아닌가 싶다.

▲이 교수=종합적으로 말씀드리겠다. 앞에서 말씀 잘 해주셨는데, 전반적으로 양극화가 심화되는 게 있다. 사실 과거를 돌아보면 재난상황이 있을 때, 경제 충격이 있었을 때, 그때마다 양극화가 컸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근 코로나19 국면을 거치면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요새 달라진 건, 양극화를 다루는 담론이 주로 소득이 높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했었다면 지금은 젊은층으로까지 확대됐다는 것이다. 청년층은 아무래도 소득이 충분하지 않은 시기이기 때문에 소비의 양극화가 일어나도 별로 주목받지 못했는데, 이번에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청년층이 명품의 중요한 소비층으로 부상했다. 왜 그렇게 됐을까. 청년층이 자산시장의 참여가 예전에 비해 활발해지면서 소비와 연결됐다고 볼 수 있다.

자산시장 참여가 늘면서 수익도 늘었다는 설명인가?
▲이 교수=물론이다. 지금은 자산시장이 꺼졌지만 작년 중반까지만 해도 자산시장이 활황이었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청년층의 참가 여지가 많았다. 그래서 소비 양극화가 상당히 넓게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 부모 세대들의 소득, 부의 정도가 예전에 비해 커진 부분들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자녀의 숫자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1~2명이니까, 예전에 자녀가 3~4명 있을 때보다 자녀에 대한 투자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한다. 가족 구성의 핵가족화가 심화되면서 개인주의 가치관이 커졌다고도 볼 수 있다. 개성이 더 뚜렷해지는 경향이 있다. 소비에 있어서도 뚜렷한 개성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부분이 예전과 다른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언급된 ‘개성’에는 현시성 추구도 포함되어 있나?
▲이 교수=이걸 무조건 현시적이라고 볼 것인가 하면, 일견 과시적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그 자체가 본인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측면도 있다. 이제는 남에게 뭔가를 보여줄 수 없다면 불행하게 돼 있다. 또 한편에서는 자산시장이 확대되고 커졌고, 그러면서 이게 소득 양극화를 키웠다. 부동산이 몇 년간 호황을 누렸을 때 젊은층이 바라보는 부동산 시장은 미래의 희망이 줄어드는 것이지 않았나. “내가 미래에 원하는 정도의 집을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면, 저축을 하기보다는 현재에 더 충실할 가능성이 커졌다. (기성세대는) 현재의 소비를 참고 저축을 하고자 했는데, 청년층은 지금 당장의 행복감을 추구하는 소비가 나타난다고 본다.

문제는 이런 소비 양극화가 커지면서 내가 원하는 만큼의 소비력을 갖출 수 없는 계층에서는 박탈감이 나타나고, 국가적 행복도는 떨어질 것이란 점이다. 과거보다 좋은 제품을 찾는 것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소비 눈높이가 전반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예전에 비해서 참고 넘어가는 부분보다는 너무 많은 유혹이 있는 것이다. 내가 듣는 것도, 보는 것도 많아졌다. 명품을 비롯해 비싸고 좋은 제품의 판매가 확대되는 상황이 오면 내가 능력이 안 되더라도 어느 정도 그런 추세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도 없다. 소비 환경 자체가 이렇게 되다보니 이걸 따라가면서도 상당히 버거운 상황이 얽힌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이 한국 경제 전체의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홍 교수=다 말씀해주신 것 같아서 저는 관점을 좀 틀어보고 싶다. 초고가 소비를 하는 20~30대가 돈을 벌어서 소비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부 청년은 돈이 없으면서도 명품 소비를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사회적으로 팽배한 무기력감, 그리고 그걸 이용하려는 인플루언서다. 인플루언서가 다 젊은층에만 몰려 있는 건 아니지만, 이들에게 영향을 받는 젊은층의 소비 패턴이 있다. 그리고 ‘너는 문제없다, 사회 문제다’라고 얘기해주는 멘토들도.

일부 학생들을 지켜보면, 점심에 삼각김밥을 먹는다. 그리고 그 남은 돈을 모아 명품을 산다. 아니면 빚을 내거나 신용대출을 받아서 명품을 산다. 제자 중 하나는 카카오뱅크에서 신용대출을 받아 여자친구에게 1800만원짜리 가방을 사줬다. 그게 모두 인스타그램에 올리려고 하는 것이다. 한 번 올려서 ‘좋아요’를 얻는 기쁨이 1년 내내 이자를 내는 고통보다 더 큰 것이다. 거기서 나오는 효용의 차이가 인플루언서에서 오는 것이다. 또 다른 제자는 ‘반얀트리’ 호텔에서 조식을 먹으려고 한 달간 저축을 한다. 꼭 원해서 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하면 팔로워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팔로워가 늘어나면 돈이 되고, 그것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투자라고 생각한다.

‘샤넬’을 한 번 가면 (구매 가능 개수가) 최대 3개인데, ‘오픈런’을 4번 해서 10개를 갖다놓고 ‘언박싱’을 한다. 그게 거의 1억원 어치인데 다 빚이다. 그런데 그게 후원을 받으면 회복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소비는 효용이고, 합리적이다. 그걸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다만 충분히 자리가 잡히지 않은 예비 인플루언서들이나 일반인이 따라 하는 게 문제다. 인플루언서에겐 이게 비즈니스 패턴이다.

과소비는 예전에도 있었겠지만, 일종의 동조현상이 늘었다고 체감하는가? 과거와 다른 점을 찾자면, SNS는 전보다 활성화한 측면이 있다.
▲이 교수=과거에도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환경 자체가 온라인 사회가 되니 예전보다 훨씬 정보의 노출이나 습득 자체가 쉬워지고, 일상에서 매일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는 사회가 됐다.

▲홍 교수=후원이 생긴 게 핵심이라고 본다. 1000원, 1만원 이런 걸로 경제적 보상이 돌아오지 않나. 인플루언서는 그게 일이다. 문제는 후원하는 사람도 빚을 내서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인플루언서가 공동구매를 한다. 본인 팔로워한테 공동구매를 강제하는 건데, 그 세대가 젊은 세대이지 않나. 동조현상은 내 의지라면, (이건) 휩쓸려가는 것이다. (팔로워) 본인도 그걸 사서 SNS에 올리면 한 달 동안 삼각김밥 먹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교수=마케팅은 내 상품을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사게 만드는 것 아닌가. 그걸 여러 가지로 포장하고 브랜드를 붙이는 등 노력을 하는 건데, 요즘은 유튜버들처럼 예전보단 훨씬 (마케팅) 채널이 다양해진 것이다. 똑같은 상품을 가지고 누가 이걸 보여주고 추천하느냐에 따른 영향력이 달라졌다는 얘기다. 이것도 하나의 ‘인플루언스 마케팅’인 것이다. 회사들이 인플루언서를 활용해서 마케팅을 하는 상황인데, 이것도 얼마나 소비자가 휩쓸려 가느냐가 중요하다.

▲홍 교수=개인 수준에서 그게 합리적이냐 아니냐를 묻는다면, 그건 합리적이다. 효용이니까. 사회적으로 건설적이냐를 따지면 그건 건설적이지 못하다. 왜냐하면 중산층이 몰락하는 과정이 정확히 이러했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이 고소득층 소비를 선망하는 과정이 결국 중산층이 몰락하는 과정이었다. 지구상 모든 국가가 그런 과정을 겪어 왔다. 이게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학생들 볼 때마다 든다.


좋은 신호는 아닌 듯하다. 이런 패턴은 고치기 어렵다고 봐야하나?
▲이 이사=(소비가) 분화가 되는 것이다. 소비를 참았다가 폭발시키는 형태가 있는가 하면, 샤이 명품족이나 체리피커처럼 굉장히 싸게 알뜰하게 소비하는 친구들도 생기고 있다. 소비의 구조 자체는 계층화, 분화가 되면서 굉장히 다양화될 것이다. 여기서 쏠림현상이 어디로 가느냐가 문제다. 그걸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가느냐에 따라 건전한 사회가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공공영역에 대한 불신이 굉장히 크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줄 것’ ‘언제든지 노동 시장에 참여하면 그에 걸맞은 보수를 받고 좋아질 것’이란 믿음이 있는 상황이면 건전하게 자산을 축적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그런데 당장 내가 은퇴할 때 연금도 못 받을 가능성이 있는 사회가 됐다. 지금 세대도 당장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뀌어나가고 있다. 또 경제성장률이 연 1% 초중반인데, 내년도 연 1% 이상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 그런 재미없는 삶을 유니크하고 다이내믹한 청년층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어느 측면에서든 그 친구들이 짊어지는 짐을 좀 가볍게 해줄 수 있는 것을 계속 추구해야 된다고 본다.

공공영역의 역할이 점점 축소되고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옅어지자, 청년들이 본인의 커리어(경력)가 어떻게 될까에 대한 걱정을 안 하게 된다. “그냥 평사원에서 끝나겠지, 이사는 낙하산으로 뽑히겠지, 조용히 월급 받다가 연봉 더 준다고 하는 데 있으면 옮겨다니면 되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조직 내에서도 최선의 노력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상사를 봐도 “저 사람은 왜 인생을 저렇게 재미없게 살아” 하는 시각들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럼 20~30대는 그 상황에서 1000원짜리를 돼지저금통에 모으겠느냐? 그렇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청년들이 어떤 식으로든 건전하게 자산을 축적할 수 있는 기대를 공공부문에서 주지 못하면, 그리고 또 사회에 나와 있는 선배들이 보여주지 않으면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다. 젊은층이 이런 식으로 계속 소비를 하면 일본과 똑같아질 수 있다고 본다. 소비 패턴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젊은층도 집을 안 사는데 집값이 계속 올라간다. 왜일까. 가구수는 계속 분화된다. 예전에는 부모와 자식세대가 결혼해서 독립했지만, 요새는 소득만 되면 다 나가서 산다. 그러면 그만큼 (주택) 수요가 오히려 늘어난다. 그럼 이들이 원룸에서만 사느냐? 그것도 아니다. 소득이 늘어나면 투룸에서, 아파트 20평대, 30평대로 조금씩 넓혀간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청년들 중에서도 그런 기대감이 약한 친구들은 계속해서 그런 삶의 반복이 될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 사회 경제적인 활기가 점차 떨어지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소비 패턴이 좋다, 나쁘다를 얘기하기 전에 우리 경제 사회가 가진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이 계층에게 이런 소비를 강요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공영역의 시급한 과제로는 무엇을 들 수 있나?
▲이 이사=연금, 4대 보험을 건강하게 만드는 게 첫번째다. 실업급여도 마찬가지다. 그걸 받는 사람들 중에도 체리피커가 있긴 있다. 6개월 일하다 관두고, 4개월 하다가 관두고 그러는 사람들 말이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굉장히 실업대책이 소극적이다. 취업활동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직업교육은 개인의 능력과 취향, 그리고 거기에 쏟아부을 수 있는 시간과 비용을 고려해서 적절하게 시켜야 한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기 전까지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돈만 주고 “너희가 알아서 하라”고 하지 않나. (직업을) 소개해주는 사람도 중개 기능으로 끝난다. 그런데 청년 인생은 그걸로 해서 변하지 않는다. 6개월 후에 또 실업하고 연금 탈퇴하는 사람도 많다. “왜 내 월급에서 강제로 떼가냐, 지금 당장 소비해야 되는데” 하는 주장이다. 그게 가장 단적인 현상이다.

떼어가도 불만 없는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다고 하면, 한편에선 “건설 현장에라도 가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청년들 평균 학력 80% 이상이 전문대졸 이상인데 그 고급 인력더러 건설현장을 가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그에 맞는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게 공공영역에서 해야 하는 일이다. 지금 청년들이 직면하고 있는 그런 절벽들, 아주 다양하게 계층도 분포돼 있고, 그걸 뛰어넘으려는 친구들도 굉장히 많다. 그런 친구들에게 건전하고, 생산적인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는 게 정부의 역할 아닌가 싶다.

지난 15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찾은 시민들이 루이비통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길게 줄을 서있다. 이한형 기자

소비 양극화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대책을 더 말해 본다면?
▲이 교수=지금 청년들이 하는 행동에 영향을 준 건 미래라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따라서 현재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미래가 전망이 밝진 않잖나. 젊은이들이 생각할 때는 앞으로 살면서 부담해야 할 부분이 갈수록 커질 거라는 얘기다. 생산가능인구도 줄고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것 아닌가. 지금 복지가 전체 예산에서 제일 크게 늘어나는데, 젊은이들은 ‘저게 다 내가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은 자산, 특히 부동산에서 좌절감을 느끼지 않겠나? 정부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부분들이 제한적이니까 마음은 급해지고, 이런 부분이 젊은층의 자산시장 참여를 키운 이유라고 생각한다. 빨리 지금 돈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근로소득자로서는 도저히 원하는 삶을 살기 쉽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그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 주거대책, 출산, 결혼도 마찬가지 아니겠나. 결혼 비용 등 여러 가지 부분이 영향을 주고 있다.

요즘 정부 정책들이 결혼하면 청년 대출을 해주잖나. 근데 결혼하면 되레 불리해지는 상황도 생긴다. (혼자면) 소득 기준이 6000만원 이하인데, 결혼하면 7000만~8000만원이다. 그럼 결혼해도 “혼인신고 말고 살자, 불이익 받지 않도록” 하는 태도가 된다. 예를 들자면 그런 건데, 이런 부분은 정부 인구정책 차원에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결국 정부는 청년층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나 비용이 올라가는 부분에서 정책적으로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없는지, 청년들한테 어떻게 희망을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해 이런 부담이 부적절한 경제활동으로 움직이는 걸 막아야 한다. 소비 트렌드는 바꿀 수 없을 것이다. 일본을 예로 들면, 일본 정부가 지금 가장 고민하는 것이 청년의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것인데, 우리도 그렇게 따라갈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일본은 일자리 부분에서 우리보다 상황이 훨씬 좋기 때문에 구속되지 않고 부정기적으로 필요할 때 일하고 그만두는 현상이 사회적으로 문제다. 우리도 청년들이 역동성을 가져서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고 미래의 행복을 위해 (저축을) 늘리는 환경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역할을 해줘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좌담회②] “사회가 주입하는 물신주의… 제대로 된 경제교육 절실” 에서 이어집니다.

이슈&탐사팀 정진영 이택현 김지훈 이경원 기자 young@kmib.co.kr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