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라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 식의 동화적이고 상투적인 천국 이해를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천국에서 성도는 지상의 기억 의식 정체성을 잃지 않으며, 스스로 그리스도 안에서 행복을 누리는 주체가 됨을 강조하는 조나단 에드워즈(1703~1758)의 천국론이 소개됐다.
김성태 한국선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6일 경기도 안양 열린교회(김남준 목사)에서 열린 제10차 한국 조나단 에드워즈 콘퍼런스에서 “미국의 제1차 대각성 운동의 중심인물인 에드워즈는 개혁주의 토대 위에서 자신의 지적 능력, 통찰력, 풍부한 상상력으로 천국에 관해 설득력 있게 진술한다”며 “완성된 천국에서 성도는 지상에서 살아낸 자신의 삶을 의식하며 천국에서 수용할 수 있는 생각과 기억을 갖는다”고 말했다. 이어 “성도는 성향과 개성 그리고 진정한 자유를 갖게 된다. 지상에서 겪었던 고통 괴로움 우울감 중압감 등이 영원히 없다”고 소개했다.
에드워즈의 저서를 인용한 김 박사는 “그리스도가 약속한 만찬은 천국에서의 인격적 정체성을 뒷받침한다”며 “그리스도는 지상에서 한 약속에 근거해 완성된 천국에서 제자들에게 만찬을 베풀며 자신의 나라에서 신자에게 정찬을 마련해주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활한 몸의 감각은 지금보다 완벽하다. 만약 부활 후 빛으로 보거나 소리를 듣고 말한다면 성도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신속하고 정확히 그리고 쉽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김 박사는 “성도의 행복은 끝이 없으며 성도의 기쁨을 방해할 것이 전혀 없다. 따라서 그들의 거룩함 행복 그리고 생각은 영원히 증가하며 진보할 수 있다”며 “그러나 행복의 무한한 진보는 결국 성도가 신성에 흡수되거나 융합되는 범신론에 귀결하지 않는다. 성도의 이성 행복 거룩함이 무한히 진보해도 하나님과 완전히 합일되거나 통합됐다고 말할 수 있는 특정한 시점은 결코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행복의 진보성이 커질수록 하나님에 대한 의존이 커진다는 것. 김 박사는 “행복의 무한한 진보에도 불구하고 성도는 신적이거나 혹은 신도 아니고 피조물도 아닌 제3의 존재로 변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한국교회를 향한 제언도 이어졌다. 김 박사는 “일부 교회에서는 천국의 상급을 전도와 기도 경건생활뿐 아니라 구제와 헌금 등 물질적인 것과 연결한다”며 “심지어 경쟁적 실적 쌓기를 부추기며 노후 보장을 위한 연금으로 전락시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에드워즈의 천국 행복 이해는 천국을 소망하며 살아가는 성도의 현재 삶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한다”며 “성도는 천국 행복을 지금과 상관없는 아주 먼 미래 사건으로 밀어내지 말아야 한다. 이 세상을 성도답게 성실히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 세계 학문 기관의 교수들을 포함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작성하는 스탠퍼드 철학 백과사전(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SEP)은 조나단 에드워즈를 ‘미국 역사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철학적인 신학자’로 평가한다. 조나단 에드워즈에 대한 연구는 한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2013년 출범한 한국 조나단 에드워즈 콘퍼런스가 대표적이다. 콘퍼런스 디렉터 심현찬(미국 워싱턴트리니티연구원) 원장은 “에드워즈를 모델과 정면교사 삼아서 그의 성도요 목회자요 신학자로서의 열정과 지혜를 배우고자 시작한 콘퍼런스가 10주년을 맞았다”며 “앞으로도 콘퍼런스를 통해 한국교회를 섬기고 새롭게 하는 일들이 계속되기를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