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기록적 엔저에 대응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26일 기자회견에서 “외환시장 동향을 높은 긴장감을 가지고 주시하면서 지나친 움직임에 대해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이날 오전 기자들로부터 엔화 약세에 대한 질문을 받고 “최근 움직임은 급속하고 일방적”이라며 “큰 긴장감을 가지고 주시하겠다. 과한 환율 흐름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마쓰노 장관과 간다 재무관의 발언은 외환시장에 개입할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 차원에서 엔화를 매수할 가능성에 대해 간다 재무관은 “어떤 옵션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에둘렀다.
엔화 가치는 세계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도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오후 5시15분 현재 미국 달러화와 대비해 143엔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원·엔 환율은 100엔당 913원대를 표시하고 있다. 장중 100엔당 910원 밑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정책은 엔저를 유발한 원인으로 꼽힌다.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수준으로 유도하는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한국·미국·유럽 같은 주요 경제권 중앙은행이 고강도 긴축을 시행하는 동안에도 일본은행은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본 재무성과 일본은행은 오랜 저물가와 국채이자 부담으로 엔저를 사실상 용인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지난해 9~10월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엔대 문턱까지 다가가자 24년 만에 엔화를 매수해 시장에 개입한 바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