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그룹 회군 왜?…英 “러, 수뇌부 가족 위협 협박”

입력 2023-06-26 17:05
러시아 군 수뇌부를 겨냥해 무장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바그너 그룹 용병들이 24일(현지시간) 남부의 주요 군사 거점인 로스토프나도누 군 사령부에서 철수 후 진지로 복귀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정보 당국이 무장 반란을 일으킨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모스크바 진격을 앞두고 지도자들의 가족 살해를 협박 카드로 사용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보안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모스크바 진격을 전격 철회하기 직전에 러시아 정보 당국이 바그너 그룹 수뇌부에게 가족을 해치겠다는 협박을 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또 텔레그래프는 바그너그룹 용병 병력이 2만5000명이 아니라 8000명에 불과해 러시아 수도 점령 시도가 실패할 가능성이 컸다는 분석도 내놨다.

텔레그래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바그너그룹 병력을 러시아군에 동화시키는 한편 그룹 내 수뇌부들을 제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프리고진은 지난 23일 러시아 국방부가 자신들의 후방캠프를 폭격했다고 주장하며 수뇌부 처벌을 요구했다. 곧바로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향해 진격하다 다음날 약 200㎞를 남겨두고 전격 회군을 발표했다.

당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 아래 프리고진은 벨라루스로 떠나고 러시아 정부는 프리고진과 바그너그룹 병사들을 처벌하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무장 반란은 24일 극적으로 마무리됐다. 다만 양측의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무장 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에서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AP 연합뉴스

그간 자신의 입장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활발히 표명해오던 프리고진은 유혈사태를 피해 철수한다는 텔레그램 음성 메시지 공개 이후 침묵하고 있다. 미국 CNN에 따르면 벨라루스 관리들은 프리고진이 벨라루스에서 어떤 지위를 가질지 자세히 알지 못하며, 그가 이미 현지에 도착했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을 처벌하지 않기로 약속했지만 배신의 대가는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 정부의 저명한 선전가 안드레이 그루롤리프 하원의원은 프리고진과 바그너그룹의 고위 인사에겐 처형이라는 선택지만 남아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24일 긴급 대국민 연설에서 “등에 칼을 꽂는”, “반역” 등의 거친 표현을 써가며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을 비난한 후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