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법률 비용’ 위기 트럼프, 후원금 사용 ‘논란’

입력 2023-06-26 16:44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시간주 오클랜드 카운티에서 열린 공화당 링컨데이 만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줄소송에 직면하면서 천문학적인 법률 비용을 낼 위기에 처하자 자신의 정치활동위원회(PAC) ‘세이브 아메리카’ 후원금을 조금씩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후원자들에게 제대로 공지하지 않고 은근슬쩍 모금 규정을 바꿔 자신의 변호사 수임료 등을 기부금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024년 대선 캠페인을 시작할 당시에는 후원자들이 낸 온라인 모금액 1달러당 99센트가 그의 선거 캠프에 기부됐다. 세이브 아메리카에 향하는 돈은 나머지 1센트에 불과했다.

하지만 NYT가 확인한 온라인 기록을 보면 지난 2~3쯤 이 비율이 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캠프 몫은 기부금의 90%까지 줄었고 10%는 세이브 아메리카에 기부된다.

캠페인 모금 수치를 종합해 최소 150만 달러가 세이브 아메리카에 전달됐을 것이라는 게 NYT의 추정이다. 세이브 아메리카 덕분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법률 비용을 소액 기부자들에게 전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캠프 대변인인 스티븐 청은 모금 방식이 왜 변경됐는지 묻는 말에 답하지 않았다.

NYT는 미 선거법상 후보자 선거대책위원회와 PAC이 지출할 수 있는 비용을 제한하는 규정이 달라 다소 논란이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PAC은 후보자 캠페인에 비용을 지출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선거대책위원회 역시 후보자 개인적 이익을 위해 직접 비용을 대지 않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항마로 거론되는 다른 공화당 경선 후보들은 온라인 수익금을 PAC과 나누지 않는다. 유력 경쟁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물론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모두 수익금을 자신의 선거대책위원회에 전달한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팀 스콧 연방 상원의원, 크리스 크리스티 전 주지사, 바이오기업 로이반트 사이언스를 창업해 백만장자가 된 비벡 라마스와미 역시 마찬가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른 경쟁 후보들을 훨씬 상회하는 후원금을 받고 있지만 그의 PAC은 재정난에 허덕이는 중이다. PAC은 2022년 2월 금고에 1억2200만 달러가 있다고 발표했지만 NYT 조사에 따르면 올해 초 1800만 달러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 직전 1년여 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물론 그의 측근의 법률 비용까지 처리해온 탓이다. 직원 급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 활동 비용 등으로도 지출됐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법적 리스크가 선거자금 모금 캠페인의 열기에 불을 붙이는 역할을 하는 점이 변수로 지목된다. 지난 3월 말 첫 기소 뒤 첫 주에 1200만 달러, 두 번째 기소 뒤 첫 주에는 700만 달러가 모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음 달 연방정부에 제출하는 보고서에서 자신의 PAC과 선거 캠페인의 재정 상태를 공개할 예정이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온라인 모금에 의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