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채운 전현희 “난 바다의 딸…핵 오염수 저지할 것”

입력 2023-06-26 14:37
퇴임을 하루 앞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퇴임 소회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퇴임을 하루 앞둔 26일 “바다의 딸로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핵 오염수 방류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지 단호히 반대한다”며 “반드시 후쿠시마 오염수는 방류가 아니라 고체화, 콘크리트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퇴임 후 행보에 대해 “조만간 일본 후쿠시마 핵 오염수가 방류될 것이라는 데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20년 6월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전 위원장은 여권의 사퇴 압박을 받아왔지만 오는 27일 3년 임기를 다 채우고 퇴임한다.

전 위원장은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가 제가 좀 쉬겠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일어나지 않을까 한다”며 “당분간 좀 마음을 정리하면서 휴식 시간을 갖고 싶다는 게 사치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익위원장을 떠나 쉼의 기간을 갖더라도 핵 오염수 방류를 저지하고 고체화시키는 일에 제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으로 돌아가 활동한다고 해석해도 되나’라는 질문에 “당으로 돌아가는 건 차후 수순으로 고민해볼 생각”이라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의 한복판에서 부름에 응하겠다. 국민들이 제게 명령하시는 일이 뭔지 생각하고 그 일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민주당 소속으로 재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전 위원장은 “제가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고 부산에서 자랐다”며 “바다의 딸이라는 생각을 늘 하며 자라왔기에 바다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그 누구보다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총선에서 통영(·고성) 지역구 출마를 염두에 둔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까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전 위원장은 “경제적 비용 문제로 (오염수) 고체화가 아니라 방류를 택한다면 인류에 씻지 못할 재앙”이라며 “모든 공직자와 정치인들이 핵 오염수 방류를 절대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건 이 순간에 우리가 해야 할 지극히 당연한 사명”이라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를 향해선 “정말 낮은 곳에서 국민을 바라보며 국민을 중심에 두는 국민을 위한 정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은 권력에 의한, 권력을 가진 자에 의한, 권력을 가진 자를 위한 정부가 되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많은 국민들께서 하고 계시다”고 지적했다. 전 위원장은 자신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표적·조작 감사’라고 주장해왔다.

윤석열 정부 들어 임기가 1년여 남아 있던 전 위원장과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여권으로부터 거센 사퇴 압력을 받아왔고, 이 과정에서 국무회의 참석 대상에서 제외되고 대통령 대면 업무보고도 하지 못했다.

한편 전 위원장의 후임으로는 김홍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전 고검장)이 지명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 위원장은 “언론 보도를 통해 후임 위원장으로 검사 출신이 오신다고 들었다”며 “검사 출신이 부패 방지 총괄 역할에는 적임자지만, 제가 생각하는 권익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국민권익 구제와 사회적 갈등을 해결 등 역할도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