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생신고가 안 된 영아가 살해·유기된 채 발견된 데 이어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아가 2000여명(2015~2022년)에 달한다는 감사원 결과가 나왔다. ‘베이비박스’를 통해 위기 임신의 여성과 아이를 보호하는 재단법인 주사랑공동체는 같은 기간 미아로 신고된 아이들을 제외하면 행적을 알 수 없는 아기가 1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26일 밝혔다.
주사랑공동체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1418명의 아기가 보호됐다. 이 중 보호자 상담을 통해 373명이 출생신고를 했는데 이 중 225명은 원가정, 148명은 입양기관에 간 것으로 드러났다. 4명 중 1명꼴로 신고한 셈이다. 나머지 1045명은 미아 신고를 통해 시설기관에 보내지거나 입양됐다.
주사랑공동체 대표 이종락 목사는 “정부가 발표한 2000여명의 ‘출생 미신고’ 사례 중 베이비박스 사례를 제외하면 적어도 1000여명 아이가 유기에 의해 사망했거나 불법 인터넷 입양거래가 이뤄졌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이어 “간혹 나이가 어린 10대 미혼모의 경우 자신의 엄마 호적으로 출생신고하거나 친족간 출생신고 사례도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베이비박스에 아기가 보호될 경우 엄마가 아기를 키우도록 하는 상담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현재 35%가 출생신고를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목사 등 관계자들은 미신고 영아 유기 및 살해 사건의 배경에 2013년 이후 시행된 입양특례법이 있다고 지적한다. 입양특례법 개정 전에는 보육원과 입양기관에 아기를 맡기면 출생신고와 무관하게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입양특례법 시행 후 출생신고 사각지대에 높인 미혼모가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아동을 베이비박스에 보호하면서 그 수가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베이비박스는 벼랑 끝에 내몰린 부모에게는 최후 수단이자 신생아에게는 마지막 생명줄일 수도 있다. 이 목사는 출생신고 사각지대로 강간과 외도, 근친에 의한 출산, 10대 미혼모 출산, 이혼 후 300일 이전 출산, 불법체류자(난민 포함) 출산 등이 있다고 했다.
이 목사는 “출생신고 사각지대에 놓인 미혼모는 극단적인 시도를 할 확률이 높다”며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보호하면 생명을 구할 수 있지만 위험한 장소에서 유기 등이 이뤄지면 아기 생명을 보장할 수 없다. 감사원 결과에서 보듯이 1000여명의 행방이 생명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현재 ‘출생통보제’를 통해 병원에서 출산과 동시에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출생통보제만 고집할 경우 병원 외 위험한 장소에서 출산 확률이 높아진다는 게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베이비박스 보호 통계를 보면 2018년부터 지난 5월까지 78명의 미혼모가 병원 외에서 출산했는데 이는 베이비박스 보호율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2020년 12월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출생신고의 사각지대를 막고 입양의 활성화를 해결하고자 ‘보호 출산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지만 수년째 국회에서 계류 중인 상황이다. 위기 임신에 놓인 임신부가 익명(가명)으로 출생신고해 아기 생명을 보호하고 입양을 통해 가정에서 아기가 안전하게 보호받도록 한 법이다. 아동이 성인이 된 후 친생모의 신원을 알고자 하면 서로의 동의하에 알 수 있도록 했다.
이 목사는 “출생신고 사각지대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는 입양특례법이 결국 아기들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생명의 위기에 놓인 아기와 임신부를 보호하는 보호출산법이 속히 통과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