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 제거 안하면 푸틴 위험”… 바그너그룹 ‘암운’

입력 2023-06-26 10:23 수정 2023-06-26 11:09

무장 반란 사태를 일으킨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미래에 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 군사전문가들은 바그너그룹이 현재의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처벌하지 않기로 했지만, 둘의 관계는 이미 회복 불가능한 단계에 왔다는 분석이다.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러시아 하원 국방위원회 의장은 25일(현지시간) 의회가 민간군사기업(PMC)를 규제하는 법안을 마련 중이라고 발표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카르타폴로프 의장은 그러나 “바그너그룹은 가장 전투적인 기업이기 때문에 규제할 필요가 없다”며 “군사들은 지휘관의 명령을 따랐고, 비난받을 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도 전날 성명에서 반란에 가담하지 않은 바그너 부대는 국방부와 계약을 체결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란 가담자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만큼 이런 발표는 사실상 용병을 군 지휘하에 두고 우크라이나에 계속 투입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카르타폴로프 의장은 “바그너 그룹은 러시아에서 가장 효과적인 군대이며 이를 해산하는 건 나토와 우크라이나에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무장 반란에 가담한 바그너 용병들의 책임을 면제하고 이들을 프리고진과 분리하려는 노력”이라며 “러시아 정부가 바그너 군사들을 계속 활용하려는 바람을 나타낸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당국은 프리고진의 소셜 미디어 사이트 서비스도 차단했다.

푸틴 대통령과 프리고진의 관계는 회복 불가능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 전문가들을 인용해 “크렘린은 시간이 지나면 프로고진과 그의 추종자들을 조용히 제거할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브라이언 휘트모어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프리고진이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면 푸틴 정권은 심각한 위험에 처할 것”이라며 “푸틴이 약해지면 통제 불능 상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그너 그룹 무장 반란 때 러시아 헬리콥터 6대와 IL-22 항공관제기 1대가 격추됐고, 병사 13명이 사망하는 등 군사적 피해가 발생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ISW는 “러시아 공군 내부에서는 쉽게 잊기 어려운 사망 피해”라며 “러시아 정부는 바그너 용병을 정규군 부대로 흡수하고, 프리고진의 영향력을 박탈하려는 노력이 이제 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바그너 그룹 용병들이 러시아군 수뇌부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는 점에서 정규군 재배치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미 해군분석센터(CNA)의 러시아 연구책임자 마이클 코프먼은 “바그너 용병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인지는 불투명하다”면서도 “이들을 러시아 군대에 통합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바그너그룹이 우크라이나에 남을지, 러시아 정규군에 통합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도 “적어도 푸틴에 혼란이 추가됐다는 사실은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