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 “반란사태, 러의 균열…우크라에 유리”

입력 2023-06-26 05:54 수정 2023-06-26 08:33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반란 사태를 러시아의 균열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사태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산적한 문제를 새롭게 안겼고, 이는 대반격에 나선 우크라이나의 이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링컨 장관은 25일(현지시간) ABC, CNN, CBS, ABC 등 방송사 4곳에 연이어 나와 “16개월 전만 해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키이우 문 앞에 있었고, 곧 수도를 점령해 우크라이나를 지도에서 지워버릴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며 “그러나 이제 우리는 러시아가 자신들의 용병에 맞서 수도 모스크바를 방어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그 자체로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우리는 푸틴의 권위에 대한 직접적 도전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제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수면 위로 떠 오른 것을 목격했다”며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러시아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 더 많은 균열이 생겼다고 생각한다”며 “푸틴은 몇 주 혹은 몇 달에 걸쳐 대응해야 할 온갖 종류의 새로운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사태가 푸틴 대통령 퇴진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추측하고 싶지 않다. 이것은 무엇보다 러시아 내부의 문제”라고 답을 피했다. 다만 이번 사태에 따른 혼란이 앞으로 수가 간 더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링컨 장관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프리고진과 중재에 나선 것에 대해 “푸틴은 자신을 프리고진과 직접 협상하는 수준까지 낮추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루카셴코 같은 사람을 대리로 협상하는 것이 유용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블링컨 장관은 “바그너그룹이 우크라이나에 남을지, 러시아 정규군에 통합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도 “적어도 푸틴에 혼란이 추가됐다는 사실은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푸틴이 전장뿐 아니라 러시아 내부 상황에도 신경을 써야 해 우크라이나가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이점이 생긴 것 같다는 말도 했다.

블링컨 장관은 그러면서 “아직 초기 단계지만 우크라이나는 성공하는 데 필요한 것을 손에 쥐고 있고, 몇 주 혹은 몇 달에 걸쳐 전개될 것”이라며 “이것은 푸틴에게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의 반격은 전속력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그들은 매우 신중한 계획을 가지고 있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반란 사태가 터졌을 때 핵 태세와 관련해 군사적 소통이 있었느냐 질문에 “우리가 러시아와 어떤 외교적 또는 기타 소통을 했는지는 언급하지 않겠지만, 우리는 러시아와 같은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에 불안정이 있을 때마다 매우 주의 깊게 지켜봐 왔다”며 “그들의 핵 태세에는 변화가 없었고, 우리도 그렇다”고 말했다.

다만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에 머무는 미국 시민과 직원들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 지시에 따라 러시아 측과 접촉할 것을 국무부에 지시했다고 전했다.


한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볼리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고 러시아의 무장 반란 사건을 논의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백악관은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의 지속적인 반격에 대해 논의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지속적인 안보, 경제,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미국의 변함없는 지원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위터에 “러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논의했다. 세계는 국제 질서가 회복될 때까지 러시아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며 “우리는 장거리 무기에 중점을 둔 국방 협력의 추가 확대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 달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앞서 양국 입장을 조율하고, 글로벌 평화 정상회의 준비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로이스 오스틴 국방장관도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과 별도 통화하고 전장과 지역 안보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고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이 밝혔다. 레즈니코프 장관은 트위터에 “우리는 러시아가 약하고, 우크라이나에서 군대를 철수하는 것이 러시아에 최선이라는 데 동의했다”며 “러시아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적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