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구’(2001)의 실제 모델인 부산 양대 폭력조직 중 하나의 현직 두목이 경찰의 삼엄한 경계 속에 별 탈 없이 결혼식을 마쳤다.
25일 부산 중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부산 중구 한 호텔에서 조직 ‘신20세기파’ 두목 A씨(50대)의 결혼식이 열렸다.
결혼식에는 대략 200명 정도 인원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텔 앞에는 2시간 전부터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건장한 남성들이 무리를 지어 등장했다. 결혼식장 앞에서는 다수의 남성이 양손을 모은 채 대기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은색 차량에서 한 남성이 내리면 호텔 주변에 있던 남성 몇 명이 달려가 큰소리로 “형님”이라며 일제히 인사하고, 호텔에서 50여m 떨어져 있는 한 도로에서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남성 10여명이 한 차량 앞에 도열을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경찰은 전국 각지에서 조폭들이 몰려오며 발생할 비상 상황에 대비해 현장에 사복 경찰관과 강력 형사 30여명을 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결혼식에 온 하객들과 호텔 투숙객들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노력했다”면서 “주최 측에 ‘식이 별 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신20세기파의 라이벌 ‘칠성파’ 전 두목의 팔순잔치가 열려 경찰이 수십명의 사복 경찰관을 투입한 바 있다. 당시 팔순 잔치는 부산 부산진구 한 호텔에서 열렸고 호텔 곳곳마다 경찰이 배치됐다.
한편 신20세기파는 1980년대 부산 남포동과 중앙동 일대 유흥가를 기반으로 조직됐다. 칠성파와는 30년 이상 라이벌 관계를 유지했는데, 2021년 두 조직이 부산 한 장례식장과 서면 한복판에서 난투극을 벌여 70여명이 무더기로 검거되기도 했다. 영화 ‘친구’의 배경이 된 조직으로도 일반인에게 알려져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