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년 간의 미국 체류를 마치고 24일 귀국했다.
이 전 대표가 입국하며 내놓은 “저의 못 다한 책임을 다하겠다” 한마디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 전 대표는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오는 7월부터 전국 대학가를 중심으로 순회강연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강연정치로 ‘워밍업’을 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민주당 내부 상황에 대한 발언도 자제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흔들기’로 비칠 경우 당내 계파 갈등이 터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는 이 전 대표가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행보를 계속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등판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 전 대표와 통화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 대표가 24일 먼저 전화를 걸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서로의 안부를 물어보는 정도의 통화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6·25전쟁 73주년 행사에 참석한 후 이 전 대표의 귀국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백지장도 맞들어야 할 어려운 시국이어서 모두가 힘을 함께 합쳐야 한다”고 답했다.
이 전 대표는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대한민국이 이 지경이 된 데는 제 책임도 있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 “이제부터는 여러분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지금 대한민국이 불안하다”면서 “모든 국정을 재정립해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 전 대표는 ‘숨고르기’ 기간에 ‘청년 대상 강연정치’, 호남, 윤석열정부 비판이라는 ‘3대 트랙’에 집중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지난달 출간한 저서 ‘대한민국 생존전략-이낙연의 구상’을 매개로 북콘서트 형식의 전국순회강연을 대학가 중심에서 여는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전 대표는 전남지사 출신에다 5선 국회의원 경력 중 4선을 전남(담양·함평·영광·장성)에서 뽑힌 대표적 호남 정치인”이라며 “이 전 대표는 정치 기반에 호남에 공을 더 들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 측은 벌써부터 광주·전남에서 강연 요청이 쏟아진다고 반기는 분위기다.
친이낙연계는 이 전 대표가 귀국할 때 인천공항에 지지자들이 1500여명이나 나왔다고 자체 추산하기도 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 전 대표를 구심점으로 비명(비이재명)계가 더욱 결집할 것이라는 얘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정치 고수인 이 전 대표가 당장 ‘이재명 때리기’에 나설 가능성은 0%”라면서 “다만, 이 대표 체제가 평탄하게 갈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당내 위기가 발생할 때 이 전 대표가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한 한 중립지대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쥐고 있는 카드가 너무 뻔해 계산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