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냉장고 영아 유기’ 사건에 이어 학교 폭력으로 인한 초등생 투신과 유튜버의 자살 생방송까지…. 생명을 대하는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8년 동안 자살률 1위뿐 아니라 임신중절수술(낙태) 1위라는 부끄러운 타이틀을 가진 나라이기도 하다. 날로 팽배해지는 생명경시 풍조 속에서 한국교회가 생명존중 메시지 선포와 캠페인, 교육 등의 사역을 통해 죽음의 문화를 생명 문화로 바꾸는 ‘방파제’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생명경시 현상의 원인으로 생명을 바라보는 시각의 부재와 개인주의를 꼽았다. 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는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생명경시 풍조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하나님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인본주의와 개인주의를 꼽을 수 있다”며 “사회에 이런 사상이 팽배하니 하나님이 허락하신 생명에 대한 존중이 사라지고 자기 생명을 끊는 것에 대해서도 하찮게 여기게 된다”고 꼬집었다.
홍순철 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은 “태아는 우리랑 똑같은 존재”라며 “배 속에 있을 때부터 태어난 아기, 자라나는 소아들 등은 모두 연속 선상에 있다”며 “태아와 같은 생명을 바라보는 사회의 왜곡된 시선이 생명경시 풍조를 부추기는 가장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태아를 귀하게 여기지 않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교회와 성도들이 일상 가운데 실천할 수 있는 생명 존중 활동들도 제시됐다. 외로운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사역을 강조한 오 대표는 “교회는 입양이나 위탁 홍보를 할 수 있다. 아울러 부모가 없거나 부모와 분리된 보육원 아동들과의 1대1 결연 사역을 하면서 이들에게 정서적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와우임신상담지원센터 대표 김길수 목사는 “목회자는 하나님이 생명의 주인이며 낙태 등의 행위는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어긋난다는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면서 “교회뿐 아니라 NGO 등도 생명 콘퍼런스를 열어 적극적인 생명 존중 캠페인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교회의 입양 운동, 자립준비청년 지원, 태아 생명 지키기 운동 등을 제안했다. 그는 “강단에서 태아부터 어른까지 같은 인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선포돼야 한다”며 “특히 두려움과 경제적 사유 등으로 여성들이 낙태를 선택하지 않도록 하는 생명 지키기 운동과 함께 입양 장려 운동도 필요하다. 이에 대한 사회적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단법인 프로라이프 회장을 지낸 김현철 고문은 “교회가 생명교육 및 생명존중에 대한 정보 제공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베이비박스’ 사역을 하는 이종락 주사랑공동체교회 목사는 극단적 선택에 내몰리지 않도록 절박한 이들을 위한 상담 사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아영 김동규 조승현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