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에 사는 A(36)씨는 지난해 5월 태어난 딸의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되자마자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에 입소를 신청했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태어나자마자 신청해도 입소가 어려워 대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소식을 들어서다. A씨는 국·공립 어린이집 입소 우선순위인 다자녀, 맞벌이 가구에도 해당하지 않아 발만 구르고 있다. A씨는 “젊은 부부가 많은 동네라 아이도 많아 입소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만약을 대비해 가정 어린이집도 함께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A씨 뿐만 아니라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는 국·공립 어린이집 등 신뢰할 수 있는 보육시설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에서 내놓은 ‘2021년 전국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정부에 바라는 가장 중요한 육아 지원 정책으로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22.0%)’이 꼽혔다.
하지만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에 투입되는 예산은 지속해서 감소 중이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내년 어린이집 확충 사업 예산으로 462억원을 요청했다. 2020년 748억원이던 어린이집 확충 사업 예산은 2021년 608억원으로 감소한 뒤, 올해 491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어린이집 확충 사업은 지자체에서 국·공립 어린이집을 신설할 때 비용의 50%를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어린이집을 새롭게 짓거나 기존 민간 어린이집을 장기 임차하는 방식으로 공공 보육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다.
정부는 2027년까지 공공보육 이용률을 50%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공공보육 이용률은 국·공립 어린이집, 직장 어린이집, 사회복지 법인 어린이집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지난해 공공보육 이용률은 37% 수준이었다.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은 이보다 낮다.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109만5450명 중 국·공립 어린이집에 다니는 어린이는 27만6670명에 불과했다. 25.2% 수준의 이용률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의 평균 국·공립 보육기관 이용률(6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정부는 사업 규모 축소가 아닌 예산 교부 방식 변경이라고 설명한다. 총사업비는 그대로 두되, 한 해에 내주던 사업비를 2~3년에 교부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면서 예산이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사업 방식 변경으로 당분간 예산이 감소했지만 이는 기술적 문제”라며 “향후 집행률이 개선되면 예산은 다시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공공보육 확충을 위한 기조는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저출산으로 어린이집 수요 자체는 감소하고 있지만 ‘믿을 수 있는’ 보육 기반을 갖춘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연간 500~540개의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할 수 있는 예산을 편성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자체 보조율 인상, 지역 보육기반 확충 등을 통한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