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철원으로 떠난 서빙고공동체 종강예배

입력 2023-06-25 09:15 수정 2023-06-25 09:27

“2023년 1학기 서빙고공동체 종강예배는 철원 제일감리교회에서 드립니다.”

이메일에 눈이 번쩍 뜨였다.

‘남는 건 사랑뿐일세’라는 책을 99세에 출간해 화제를 남기고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신 모친 황숙희 권사에 대한 그리움이 불현듯 몰려왔기 때문이다.

철원은 모친이 1920년 9월15일에 출생한 곳이다. 그리고 외조부가 철원척식회사 사장을 지내던 1947년경에는 우리 가들이 전쟁 중 전부 서울에서 철원으로 소개(疏開)돼 갔던 곳이다.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는 큰 빵을 든 로스케 소련 병사의 모습과 공습경보가 울리면 두려움에 떨면서 물이 질척한 방공호로 부리나케 피신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소달구지에 철철 넘치게 짐을 실고 38선을 넘다 소련 초소 검문에 걸려 결국 오발로 부친이 팔을 다치신 기억도 난다. 여러 기억이 얽히고 설키면서 당장이라도 철원으로 달려가고픈 마음이 생겼다.

2023년 6월 17일 아침, 철원으로 가는 단체버스에 올랐다. 수학여행 가는 듯 한 기분도 느끼면서 모처럼 순 식구들과 즐거운 인사를 나눴다.

철원제일교회에 도착해 교회당 내부와 기념관을 살펴보니 모든 게 그런대로 잘 정돈돼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예배장소를 이동했을 뿐이지 실은 공동체 종강예배다. 안광식 총무의 찬양 인도와 신기섭 목사의 말씀이 공동체 식구들의 마음에 특별히 와 닿았다. 예배는 찬송으로 시작했다.

바로 DMZ 건너 평양 땅을 생각하며 ‘예루살렘’이란 가사를 ‘평양’으로 바꿔 부르기도 했다. 북한 기독인의 고난과 핍박에서의 자유를 바라는 기도를 담았다.

“예루살렘(평양)아, 여호와를 찬송할지어다. 네 하나님을 감사함으로 그 앞에 나가며 주 임재 앞에 경배해.”

히브리서 13장 1~2절을 본문으로 한 설교가 서빙고공동체 식구들을 집중시켰다.

“형제를 사랑하고 나그네를 대접하며 고난 받는 자를 기억하는 것이 제자가 되는 길입니다. 사랑은 예수님 제자의 기본이며 생명을 얻는 길입니다. 참된 믿음은 말씀 안에서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자리까지 변화되는 것입니다.”

이어 이상욱 철원제일교회 담임목사가 들려준 철원의 선교 역사와 교회 이야기를 감명 깊게 들었다.

일제하 주기철 목사가 신사 참배로 1944년 4월 21일 순교하기 2년 전 철원에서 강종근 목사가 38세 나이에 신사참배 반대로 첫 순교자가 되신 내력을 설명했다.

강 목사는 34세에 철원제일교회에 파송 받아 교인 수 600여 명인 교회에서 신사참배를 거부해 서대문형무소에서 1년 실형을 살면서 모진 고문 끝에 “나는 기쁘다”는 말을 마지막 면회를 온 사모에게 남기고 1942년 6월 3일 순교했다.

노동당사는 수리 중이라 그냥 지나갔다.

백마고지 기념관에서 중공군 인해전술로 중공군 14000명 국군 4000명이 전사한 격전지를 관람했다. 땡볕에 드높은 파란 하늘을 위로 보고 은하수 다리를 오가면서 한탄강 초여름의 절경을 내려다봤다.

나도 모르게 높고 위대하신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찬양이 마음속에서 흘러나왔다. 종강이 없는 하나님의 은혜가 그저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