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의 아전인수식 약관 해석이 도마위에 올랐다. 과거에도 있던 약관을 명분으로 대표적 알짜카드 ‘더모아’ 카드를 포함한 모든 신용카드의 분할결제를 전면 금지시키면서다. 소비자들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는 등 반발하고 있다.
24일 신한카드는 다음달 1일부터 운영하는 모든 개인 신용카드에 대해 분할결제를 전면 금지한다는 내용을 공지했다. 통신비, 도시가스 요금 등 월별 이용건에 대해 1건으로 결제돼야할 청구금액을 월 1회만 결제하도록 제한하는 게 골자다. 앞으로 같은 가맹점에서 신용카드를 여러장 사용하는 방식의 분할결제도 금지된다.
이에 따라 혜택이 막히는 대표적 카드는 신한카드의 ‘더모아' 카드다. 더모아 카드는 전 가맹점에서 5000원 이상 결제시 1000원 미만 금액을 포인트로 적립해줘 대표적인 ‘알짜카드’로 꼽혀왔다. 가령 총 결제금액을 5999원씩 나눠서 내면 회당 999원을 적립해줘 최대 16%의 혜택을 볼 수 있다. 파격적인 혜택에 신한카드 내부에서 더모아카드 때문에 성과금도 줄었다는 말까지 나오면서, 신한카드는 결국 더모아카드를 2021년 12월 단종시켰다.
문제는 신한카드의 약관 적용 시점이다. 신한카드는 이번 분할결제 제한을 신용카드 가맹점 표준약관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한다. 약관 5조 5항에 따르면 ‘1매의 매출전표로 처리하여할 거래를 거래일자를 변경하거나 거래대금을 분할하는 등의 방법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라고 명시돼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버젓이 있던 약관을 지금에 와서 저촉요건으로 적용해 소비자 혜택을 없애는 셈이다.
지난해 신협 역시 아전인수식 약관해석으로 소비자들로부터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신협은 고정금리로 대출받은 고객에게 금리를 두배 가까이 올리겠다고 통보해 도마위에 올랐다. 여신거래기본약관상 ‘국가 경제·금융의 급격한 변동으로 사정 변경이 생긴 때는 이자율을 인상·인하할 수 있다’는 조항이 금리인상의 명분이었는데, 소비자 민원을 접수한 금융감독원이 해당 약관조항은 외환 유동성 위기 등 국가적 위기에만 적용해야 한다면서 신협 측에 고정금리 인상 불가를 통보하자 신협은 결국 해당 방침을 철회했다.
신한카드의 이같은 행보는 실적부진 여파라는 지적도 있다. 신한카드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16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줄었다. 카드론, 리볼빙 연체율 역시 증가해 2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신한카드는 ‘카카오뱅크 신한카드’, ‘더 레이디 클래식’ 등 알짜 혜택카드를 줄줄이 단종 시켜왔다.
신한카드는 “한달 요금을 십여 차례 나누어 결제하는 부작용 때문에 이런 조치를 내렸다”라면서 “분할결제는 취약계층의 통신요금 부담 경감을 위한 제도라 약관 조항에도 불구하고 묵인해온 건데, 앞으로 정상화하겠다는 조치”라고 밝혔다.
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