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줘 도와줘” 日 6세 아이 여행가방서 시체로 발견

입력 2023-06-24 11:54 수정 2023-06-24 12:02
일본 6세 남자아이가 풀숲에서 여행가방 속 시체로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이들 가족이 살았던 임대주택의 모습. 사진=일본 NHK방송 영상캡처

일본에서 50대 노모가 자식 4명에게 수개월간 감금돼 폭행을 당하고, 그의 6살짜리 손자는 여행가방에 시체로 발견된 사건이 드러났다. 집 베란다에서는 수차례 “도와줘”라고 소리가 들렸다는 주민들의 목격담도 전해지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4일 “고베시 니시구의 풀숲에서 지난 22일 호사카 슈(6)군의 시체가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슈군의 할머니 A씨(57)를 감금하고 상해를 입힌 혐의로 여성(할머니)의 친자 4명이 고베 지검에 송치됐다”고 보도했다.

이 사건은 자녀 4명에게서 감금·폭행당하던 A씨가 탈출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6월 일본 고베시 니시구의 자택 1층 벽장에 수십 번 감금되거나 폭행을 당해왔다. 지난 19일에는 쇠파이프로 맞아 다치기도 했다. 다만 식사나 화장실 사용은 할 수 있었다고 한다.

A씨는 다음날인 20일 자녀 4명이 집에서 사라진 틈을 타 집 밖으로 도망쳤다. 그날 밤 휠체어를 타고 가고 있는 그를 행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지난 22일 산노미야역 인근에서 4명의 자녀를 발견하고 A씨 감금 혐의 등으로 체포했다.

체포 당일 저녁, 장녀 호사카 사키(34)의 아들 슈군의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은 4명의 용의자 중 한 명의 진술로부터 자택 근처 풀숲을 수색해 여행가방 안에서 숨져있던 슈군을 발견했다.

부검 결과 사인은 외상성 쇼크로, 지난 19일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등 전체에 멍이 퍼져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관계자는 “타박으로 보이는 흔적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다만 신장과 체중에서 발육 상황은 6세의 평균 수준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6세 아동이 학대로 사망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NHK방송 영상 캡처

사망 전 집 베란다에서 수차례 “도와줘(助けて)”라고 외쳤다는 목격담도 전해지고 있다. 근처 회사에서 일하는 한 남성은 지난 5월쯤 2층 베란다에서 한 소년이 울면서 여러 번 외치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보육사 같은 사람이 대응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웃 주민인 한 여성도 지난 3월쯤 베란다에서 남자아이가 ‘나갈 수 없어’라며 말을 걸곤 했다고 전하며 “아줌마라고 인사를 자주 해주는 아이였는데, 진작에 눈치를 챘어야 했다”고 자책했다.

학대 정황이 있었으나 제때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따른다. 마루야마 가코 고베시 어린이가정국 부국장은 23일 긴급기자회견에서 “보육원에서 지난 4월 24일 아이 엉덩이와 오른쪽 어깨에 작은 멍이 있다고 니시구청에 연락이 와 당일 현장 방문을 했지만 만나지 못했다”며 “5월 1일 직원이 확인했더니 멍은 사라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날 아이 엄마가 ‘아이를 키우는 데 어려움이 있다. 가능하다면 어린이가정센터에 일시 보호를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약속 시각이 돼도 오지 않아서 몇 번이나 연락했지만 ‘본인이 가기 싫어한다’는 이유로 일시 보호가 보류됐다. 이후 직접 방문했을 때도 같은 대답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에도 구청이 방문해 일시보호 의사를 물었으나, 같은 답변을 들었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경찰에 신고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해당 가정이 과거 생활보호를 받은 적이 있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보고 대응을 준비지원을 검토하고 있었다.

마루야마 부국장은 “정말 가슴이 아프다”며 “우리로서 어떤 움직임, 방법이 있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개선점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