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신인왕 이재경(24·CJ)이 1년 사이에 완전 다른 선수가 됐다.
그는 데뷔 첫 해에 1승을 거둬 상금 순위 31위로 연착륙에 성공했다. 2020년에는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상금 순위 3위, 2021년에는 상금 순위 9위로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작년 시즌에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상금 순위 75위에 그친 것. 전년도 우승이 없었더라면 시드전을 다녀와야 할 처지였다.
그리고 올 시즌 초반만 해도 지난해와 별반 달라질 기미가 없었다. 3경기 연속 컷 탈락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만 커졌다.
그랬던 그가 시즌 네 번째 대회인 GS칼텍스 매경오픈서 공동 4위에 입상하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이 대회는 프로 데뷔 이후 이재경이 한 번도 컷을 통과한 적이 없을 정도로 악연이었다.
그러면서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우리금융 챔피언십 공동 7위, SK텔레콤오픈 공동 7위, KB금융 리브 챔피언십 공동 10위, 그리고 6월 데상트코리아 매치플레이 우승 등 5경기 연속 ‘톱10’에 입상하는 등 뜨거운 샷감을 과시했다.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현재 제네시스 포인트 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 그리고 그 여세를 몰아 22일 충남 천안시 우정힐스CC(파71)에서 개막한 코오롱 제65회 한국오픈(총상금 14억원)에 출전, 시즌 2승 경쟁에 가세했다.
첫날 1타를 줄여 숨고르기에 들어간 이재경은 23일 열린 2라운드에서 보기는 1개로 줄이고 버디 4개를 잡아 3언더파 68타를 쳤다. 중간합계 4언더파 138타를 기록해 선두에 3타 뒤진 2위에 자리했다.
리더보드 맨 윗자리는 이날 2언더파 69타를 쳐 중간합계 7언더파 135타를 기록한 재미동포 한승수(37·하나금융그룹)다.
이재경이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상금 5억원과 제네시스 포인트 1300점을 보태 상금 순위와 제네시스 포인트 1위를 질주하게 된다.
현재까지 추세를 감안하면 엄청난 변화임에 틀림없다. 이재경은 그 원동력을 자신을 괴롭혔던 불안감과 걱정을 떨쳐 낸 것에서 찾았다.
이재경은 2라운드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골프가 안 됐을 때는 미리 걱정부터 했다. 그러다 보니 경기가 잘 안 풀렸다”라며 “하지만 골프가 잘 되면서 그런 걱정이 없어졌다. 그리고 자신감도 더 생겼다”고 말했다
기술적 변화도 상승 요인이다. 이재경은 작년까지만 해도 그린 주변 쇼트 게임이 거의 입스에 가까울 정도로 형편이 없었다. 하지만 동계 훈련에서 피나는 노력 끝에 이제는 파세이브율이 현저하게 좋아졌다.
이재경은 “작년만 해도 웨지를 잡기가 겁이 나 그린 주변에서 퍼트를 잡은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다르다”면서 “이제는 칩인이 안들어가면 오히려 화가 날 정도로 쇼트 게임이 좋아졌다”고 했다.
5월 이후 7개 대회(매치플레이 제외)에선 언더파 확률이 72%로 압도적인 투어 1위다. 한국오픈 2라운드까지 25라운드 중 18차례 언더파를 기록 중이다.
농익은 코스 매니지먼트도 이재경을 달라지게 한 포인트다. 코스 난도가 투어 토너먼트 코스 중에서 가장 어려운 이번 대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페어웨이 폭이 좁아 아예 페어웨이가 없다는 생각으로 치고 있다”며 “코스가 어려운 만큼 대회를 시작하면서 하루 1~2타씩만 줄이자는 전략으로 경기하고 있다. 보기가 나왔을 때 화도 나고 조급해질 수도 있겠으나 잘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욕심내지 않고 인내한 것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원동력이라는 얘기다. 이재경은 “내일과 모레도 나 자신과 코스의 싸움이 될 것 같다”며 “다른 선수가 버디를 하더라도 신경을 쓰기보다는 오로지 인내하면서 경기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남은 2라운드에 임하는 각오를 다졌다.
이재경은 우승상금 5억 원을 받았을 순간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승 상금을 생각하면 절대로 우승하지 못할 것 같다”며 “그렇지만 우승상금 5억 원을 받는 상상을 하면 행복해진다”고 했다.
한편 이번 대회 컷 기준타수는 5오버파 147타로 총 65명(아마추어 1명 포함)이 본선에 진출했다. 컷 기준타수는 작년 4오버파 146타 보다 1타가 늘어난 것으로 그만큼 코스 난도가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천안=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